[신세기 첨단의약 혁명] '암' 극복 : '병리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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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의대 김철우 교수 ''병리학교실'' ] 약물요법과 방사선요법이 암환자의 치료에 크게 공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한계에 부딪쳐 있다. 이 치료법들은 종양세포를 정상세포와 구별해 선택적으로 파괴시키지 못한다. 이같은 한계는 인체내에서 침입자와 자기를 구분하고 신경세포와 함께 탁월한 기억능력을 가지고 있는 면역체계를 활용함으로써 보완할수 있다. 70년대부터 종양세포의 표면에도 특이 표식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또 이와 결합할수 있는 단클론항체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당시 학계에서는 종양특이 단클론항체에 항암제나 독소를 붙여 환자에 주입하면 고성능 미사일처럼 암세포만 파괴하는 매직탄환의 개발이 멀지 않았다는 환상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이 치료는 단클론항체를 다량 생산해야 했고 생쥐의 항체를 사용하는 까닭에 인체에 두번이상 투여하면 그 효과가 급속히 떨어진다. 또 종양세포에 도달하기 전에 분해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 치료법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악성림프종의 일종인 B-세포림프종에 대한 CD20 단클론항체(인체형 재조합항체)의 치료성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공인함으로써 단클론항체요법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종양의 재발이나 전이를 억제하는데는 암세포를 기억하는 종양특이 살해T림프구(Tk)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종양세포는 정상세포로부터 세포내 염색체의 변이가 축적되어 탈바꿈된다. 정상적인 면역체계가 유지되면 종양세포는 발생 초기에 종양특이 살해T세포에 의해 발견돼 선택적으로 파괴되고 만다. 하지만 체내 미세환경의 변화 등으로 종양세포가 면역체계를 일단 피하면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되고 고도의 기술로 면역세포를 회피하거나 심지어 공격하기도 한다. 면역학적으로 보면 종양세포가 T림프구에 의해 인지되는 과정은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된 병든 세포가 처리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그러면 우리들이 태어나면서 백신을 접종받아 바이러스 감염이 효과적으로 예방되듯이 암 전이나 재발방지에 이와 유사한 전략을 적용할수 있지 않을까. 최근들어 이 분야의 연구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종양만 골라 죽이는 Tk림프구가 존재하더라도 이것이 활성화되려면 항원제시세포와 조력T림프구(Th)에서 분비되는 세포활성물질인 사이토카인의역할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종양환자에서는 암세포로부터 이를 억제하는 물질이 분비되어 면역세포간의 연결고리를 무력화시킴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현재 암세포의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많은 방법이 개발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 전임상실험 중에 있어 빠르면 2000년대 초반에 임상에 적용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면역기능이 어느정도 유지된 환자에게는 그 환자의 종양세포특이 항원을 원료로 강력한 백신을 제조하여 주사한다. 면역기능이 극히 저하된 암환자에게는 항원제시세포나 종양특이살해 T 림프구를 체외에서 다량 배양하여 재투입하는등 환자 특성에 맞는 이상적인맞춤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단클론항체요법이나 암치료백신의 임상적용이 가까운 미래에 활발히 수행되겠지만 면역요법만으로 기존의 치료법들을 대체할만한 효과를얻을수는 없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