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과학기술투자 효율성제고가 관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첫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과학기술을 국정의 기틀로 삼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이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 것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많은 과학기술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3월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이 공포되면서 발족된 이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대통령이 직접 맡은 것이나, 수시로 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한 것만 봐도 김 대통령의 과학기술진흥 의지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하겠다. 이날 회의에서 김 대통령은 과학기술예산의 확대와 해외 고급두뇌의 유치 등 정책적 과제로 부터 복제기술 등 전문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문을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과학기술인력의 병역혜택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오래전부터 이러한 조치를 건의해온 과학기술계의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론적인 면에서 우리는 뒤떨어진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과학기술인을 우대하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잘 알려진대로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기술무역적자국이다. 연간 기술사용료로 외국에 지불하는 돈이 30억달러에 이르지만 기술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은 고작 2억달러가 채 안되는 수준이다. 특히 우리가 도입하는 기술은 주로 비싼 첨단기술인데 비해 수출기술은 대부분 중.저급 기술이다. 이같은 기술무역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특히 첨단과학기술인들을 대거 확보하고 이들에게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병역특혜식 어프로치로 이같은 환경이 조성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병역문제로 과학기술교육 및 연구가 중단되는 폐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비단 과학기술분야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다 겪는 애로인 것이다.어느 분야가 됐건 병역특혜를 인센티브로 사용하려는 발상은 신성한 국방 의무를 들먹이지 않더라고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지고 보면 어느 분야인들 중요하지 않은 분야가 있겠는가. 과학기술인들에게 병역특혜를 준다면 형평성의 논란과 함께 끊임없는 비리와 잡음에 휘말려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국가의 종합적 과학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인센티브나 개별적인 투자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국가연구개발투자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간 2조1천억원이라는 연구개발예산이 그렇게 적은 돈은 아니다. 종합적인 투자계획에 따라 분산투자와 중복투자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연구개발의 핵심역량을 집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국과위의 운영방향은 개별적이고 세부적인 과학기술정책의 수립보다는 15개 정부부처에서 제각각 수행중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종합.조정하는 쪽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