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금주의 테마경제) '부패라운드 발효와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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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선 대다수의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부정부패를 첫 손가락에 꼽는다. 정치 사회 등 부문에서의 부정부패도 문제가 되지만, 경제부문에 있어서의 부정부패 역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경제행위에 있어서 부정부패의 개입은 우선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저해하고,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 구조의 왜곡을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개별 경제주체로 하여금 합리적인 생산 및 소비 활동에 대한 의욕을 상실시키는 등의 나쁜 영향을 미친다. 결국 건강한 자본주의의 발달을 가로막고 사회 전체의 도덕성을 붕괴시키는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간의 거래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정보통신 기술 및 수송 능력의 확대로 전세계가 단일 시장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한 각 국의 견해가 모아져 지난2월15일부터 OECD(경제개발협력기구)회원국들을 중심으로 부패라운드가 발효되었다. 부패라운드의 공식명칭은 "국제 상거래에 있어 외국 공무원에 대한 OECD 뇌물방지협약(OECD Convention on Combating Bribery of Foreign Public Officials in International Business Transactions)". 물품 거래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수주하는 건설 토목 및 조선 등 모든 국제적인 거래에 있어서 발주국의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기업과 기업인을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현재 OECD 회원국 29개와 브라질을 비롯한 비회원국 5개 등 모두 34개 국가가 이 협정에 가입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월4일에 해외뇌물거래방지법을 제정하여 준비를 일단 마친상태다. 부패라운드는 개발도상국 기업들의 뇌물수수관행 때문에 선진국 기업들이 국제 경쟁에서 뒤진다고 보는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부패라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부패라운드의 정확한 의미와 영향에 둔감한 실정이다. 한 외국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은 85개의 주요 국가 중에서 중위권인 43위를 기록했다.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에 비해 우리나라의 부패 정도를 외국인들이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국이 부패라운드의 주된 목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뇌물방지협정의 위반으로 제소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는 하락하게 된다. 결국 IMF 관리 체제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해외시장 개척은 물론 외국 자본 유치 등에서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다음으로 개별 기업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영향을 받겠지만 건설 조선 플랜트 산업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들 산업의 경우 해외수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데다가 수주 과정에서 발주국의 공무원들과 접촉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어느 한 국가에서 수력 발전을 위한 대규모 댐을 건설하기로 하고 이를 국제 경쟁 입찰하기로 했다고 하자. 입찰에는 미국의 유명 건설회사와 한국의 대기업 계열사들인 종합상사 건설 중공업 회사로 이루어진 컨소시엄이 참가한다. 한국 기업은 이제까지의 관행과 현지 공무원의 요구로 리베이트를 제공하였고 결국 수주에 성공하였다고 하자. 수주에 실패한 미국 기업은 자국 정부와 OECD에 제소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기업 및 관련자에 대해 벌금 혹은 징역형을 부과하여야 한다. 뿐만아니라 이 기업은 뇌물 공여 블랙리스트에 올라 향후 국제 거래에서 막대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국내에서는 일부 대기업들만이 뇌물방지협약의 소개 윤리규범 실천서약 등 초보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밖에 대부분의 중견 및 소규모 업체들은 아무런 대비가 없는 형편이다.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기업 스스로가 투명 경영을 하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이지않으면 안된다. 로열더치쉘 사의 경우처럼 내부 감시 시스템의 구축과 기업 감사위원회의 활동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정부 역시 개별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선진 기업들과 공정하게 게임할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거나 해외시장에서의 정보 수집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이번 부패라운드 발효를 기업 경영의 장애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체질 개선을 통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능력을 올바로 평가하고 거기에 맞추어 경쟁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성장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는 기회가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주요 기업의 부패 라운드 대응 사례 ] 현대그룹 현대종합상사 - 전 임직원 교육실시, 윤리 강령 선포 - 해외에서 각종 계약체결시 뇌물방지법 준수 명시 현대건설 - 해외영업 담당자에게 윤리교육 실시 - 반부패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도 방안 마련 중 현대중공업 - 해외 임직원에 대한 서신 교육 실시 삼성그룹 삼성물산 - 서면 교육 실시 LG그룹 LG상사 - 윤리 규범 실천 지침에 뇌물 공여 금지 항목 추가 작성 LG전자 - 정기적 윤리 규범 교육 실시 대우그룹 (주)대우 - 인사 복무 및 감사 규정에 뇌물 방지에 대한 조항 신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