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석유화학 사업 포기] 새 주인 누구..'3가지 시나리오'

대림산업과 한화종합화학이 최근 NCC(나프타분해공장)를 통합키로 한데 이어 현대가 석유화학 사업을 포기, 유화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5대그룹 "빅딜" 합의에 따라 삼성종합화학과 통합키로 했던 현대석유화학의처리 문제가 공중에 떴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세 가지. 우선 현대석유화학의 처리를 삼성이 주도하는경우다. 또 국내 제3 업체가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한 후 삼성과 대산단지 통합협상을다시 벌일 수도 있다. 세번째로 외국계 업체가 현대를 인수하고 삼성과의 통합은 없었던 일로 하는 일도 생길 지 모른다. 업계는 현대석유화학이 빠지게 되면서 "합종연횡"을 위한 물밑교섭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현대를 인수 = 최근까지 양사가 협상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이미 통합을 위한 자산평가까지 마친 상태여서 양사가 네고만 잘 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삼성이 정부와 채권단의 양해하에 현대를 인수하게 되면 삼성은 연 1백55만t(에틸렌 기준)의 생산능력을 갖는 국내 1위 NCC 업체가 된다. 외자와 동등하게 50%의 지분을 갖게 되면 경영주체가 될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양사 동등지분 통합"이라는 정부 및 채권단과의 약속과는 달라지는 셈이어서 출자전환 등 금융지원 형태와 규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삼성이 책임질 일은 아니지만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빅딜을 마무리지으려는 정부가 삼성이 통합주체가 되는 것을 양해할 경우 통합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종합화학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대측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제3자 인수후 통합 = 국내 유화업체가 현대를 인수한 후 삼성과 통합협상을 벌이는 케이스다. 이 경우 최근 같은 여천단지에 있으면서 대림과 한화의 NCC 통합으로 위상이 약화된 LG석유화학과 호남석유화학이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LG와 호남의 NCC 생산능력은 각각 연 63만t과 46만t. 대림.한화가 추진 중인 통합 NCC법인의 연 1백22만t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규모다. 이들은 현대를 인수해 대산단지 통합에 참여할 경우 생산능력을 쉽게 키울수 있다. 대산단지 통합법인의 생산능력은 연 1백55만t으로 이 가운데 25~50%의 생산몫이 확보된다면 LG나 호남 모두 1백만t 내외의 규모를 갖출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3조 규모의 부채를 갖고 있는 현대석유화학을 개별업체가 인수하기는 어렵다"고 전제, "LG 호남뿐 아니라 울산의 SK주식회사 대한유화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산단지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업체의 NCC 진출 = 대산단지 통합이 "없었던 일"이 될 경우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 현대가 포기를 선언한 만큼 정부나 주채권은행으로서도 삼성에게만 책임을물을 명분은 없어졌다. 삼성이 "독자 생존"을 선언할 경우 현대석유화학은 대규모 부채탕감을 전제조건으로 외국업체가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아직까지는 인수 의사를 밝힌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엔 "현대정유를 포함해 현대가 화학.정유 부문을 패키지로 팔 경우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현대의 NCC규모는 연 1백만t으로 규모면에서는 단일회사로서도 아쉬운 것이없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자국 내에서 증설이 어려워진 일본 업체들이 현대석유화학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유화업계는 대림.한화와 현대석유화학의 주인이 되는 외국사, SK주식회사 등의 "3강 체제"로 바뀌게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