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산책] '갱년기의 골프모임'

장홍열 인생의 오르막길에서 사춘기라는 위기를 거쳐야만 하듯이 인생의 내리막길에서도 사추기라고 할 수 있는 갱년기를 맞이하게 된다. 갱년기라면 대개 여성에게만 있는 생리현상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남성에게도 여성처럼 갱년기가 있다. 다만 여성의 갱년기는 육체적, 감정적 변화가 급격히 오지만 남성의 경우는 변화가 서서히 진행된다고 한다. 젊을 적에 맞는 사춘기 때는 육체적으로 이성에 눈을 뜨게 되며 정신적으로는 가벼운 일에 쉽게 흥분하기도 한다. 감수성이 예민해져서 자그마한 감격에도 눈물을 흘리고 작은 슬픔에도 괜히 우울해지기도 한다. 장년의 나이가 지나서 인생의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갱년기 때에도 젊었을 때의 사춘기처럼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게 된다. 생리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체력이 눈에 띄게 약화된다. 정신적으로는 불안정해져서 쉽게 감상적이 되기도 하며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지고 눈이 침침해지며 아무리 쏟아도 쏟아내도 끝없던정열의 화산마저 의기소침해진다. 기억력이 나빠지고 건망증으로 총기도 흐려지게 된다. 호기로 마시던 술실력도 어느날 갑자기 줄어들고 짜증이 많아진다. 하는 일에도 의욕이 줄어들고 귀찮아 진다. 요즈음 같은 거센 세대교체 바람은 갱년기 남자들의 마음을 더욱 위축시켜 외로움을 타게 만든다. 이럴 때에는 친지들과 함께 날로 푸르름을 더해가는 잔디를 밟는 운동만큼 좋은 것이 없다. 특히 햇볕이 따스하게 내려쬐고 꽃피고 새우는 초원에서 서로 부담을 주지 않으며 젊어서 알뜰살뜰 모아둔 "세종대왕"을 한 잎 두 잎 풀어보는 재미로 말이다. 갱년기에는 비슷한 또래와 운동을 즐기는 것이 좋다. 육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 건강상으로도 아주 좋다. 동병상린이라고 서로 위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는 만남의 운동이다. 새로운 사람과의 친교에도 좋은 것이지만 가까운 사람들과 다시 만나서 지금까지 쌓아온 우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도 만들어 준다. 어려운 시절일수록 술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담배로 외로움을 달래려 한다면 건강을 더욱 해칠 수 있다. 특히 갱년기에 처한 가장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주말에는 푸르른 들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좋은 보약을 찾아보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