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경영밸런스 .. 유상옥 <(주)코리아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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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옥 월급쟁이가 서서히 망하려면 자녀에게 특기공부를 시키고, 빨리 망하려면 외국유학을 시키라는 말이 있다. 누군들 자녀를 위한 투자를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말 그대로의 과외지출은 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그밖의 큰 지출로는 부모의 장례나 자식의 혼사 등 경조사가 있다. 꼭 필요한 지출이지만 호화혼수나 체면치레의 허례허식은 가계를 휘청이게 한다. 천재지변과 불의의 사고나 질병 등도 불가항력으로 재산상의 큰 손실을 가져 온다. 조선시대에는 역적으로 몰리면 3족을 멸하는 제도가 있었다. 역적의 친인척이 억울하게 당했다. 그런데 요즘은 중소기업의 경영자가 도산하는 경우 친가, 처가, 외가에서 돈을 빌려주거나 도장을 찍은 것이 크게 탈이나 보증을 선 사람이 공동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나는 사원들에게 입버릇처럼 인생살이의 3불 교훈을 말한다. "부자지간이 아니거든 보증이나 담보제공을 하지 말라. 개인간에 큰 돈의 대여는 떼일 각오없이 주지 말라. 도박에 빠지면 패가 망신한다" 건전한 가계의 운영은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삶과 건전한 사회발전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기업은 돈의 흐름과 수입.지출의 양면에서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경영자금이 부족하면 차입금을 써야 하고 차입금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그 차입의 규모는 경영규모에 걸맞아야 한다. 부채 상환능력과 이자 부담의 능력범위 안에서 이뤄지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장기성 투자를 단기자금에 의존하거나 투자수익이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경영밸런스는 깨지게 된다. 국민소득 80달러 시절부터 나는 40년간 우리경제의 현장인 기업체에서 많은 체험을 했다. 60년대초 화폐개혁을 겪으면서 월4%의 고금리를 내고 자금난을 해결해 왔지만 그때는 그 고율 자금이라도 얻을수 있다면 사업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많은 기업이 분에 넘치는 경영을 일삼다가 IMF 폭풍에 환란을 맞았으니 도산은 당연한 수순인 셈이다. 가계나 기업이나 경영은 곧 밸런스다. 가계에서는 수입 지출과 저축이, 기업에서는 현금의 흐름,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과욕을 벗고 정도경영의 자세를 체질화해야 한다. 정도경영만이 가계든 기업이든 IMF를 탈출하는 유일한 지혜인 것이다. * 한경에세이 필진 오늘부터 바뀝니다 5,6월 두달동안의 집필은 양만기(월) 수출입은행장, 이종구(화) 생산기술연구원장, 김권구(수) 국립대구박물관장, 앤서니 헬샴(목) 볼보건설기계코리아대표, 우창록(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유상옥(토) 코리아나화장품 사장이 맡게 됩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