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묻지마 투자'의 함정

이달 11일 경기도 덕소 현대아파트 분양사무실 앞에선 진풍경이 펼쳐졌다. 아침부터 3천여명의 청약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까지 동원됐다. 분양물량은 고작 3백87가구. 12일 접수마감 결과 모두 5천8백77명이 신청했다. 경쟁률이 18대 1에 달한 셈이다. 분양당사자인 현대는 물론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요즘 부동산시장에선 이처럼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묻지마 투자"바람 탓이다. 경매시장에선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파트경매는 낙찰가율이 감정가의 90%를 넘는 경우가 빈발한다. 제반비용을 빼면 남는게 없는데도 막무가내다. 상가 빌딩 경매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서울 서초동의 한 빌딩은 첫 입찰에서 10대1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낙찰가가 감정가를 웃돌았다. 첫 분양때 안팔려 다시 분양되는 아파트가 4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사례까지 나왔다. 인기아파트 주변 부동산업소에선 복부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LG아파트 견본주택 부근엔 분양이 시작되기도 전에 "떴다방"들이 진을 치고 있다. 증시에 번지고 있는 "묻지마 투자" 바람이 부동산쪽으로 번지고 있는 징후가뚜렷하다. 이같은 투자열기는 IMF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시장이 회복되는데 활력소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어느정도의 가수요는 시장이 생기를 되찾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데 문제가 있다. "묻지마 투자"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치고 빠지면 된다는 식의 계산은 이제 먹혀들지 않는다. 부동산값이 예전처럼 단기간에 급등하는 시대는 갔기 때문이다. 철저한 수익성분석 없이 덤벼들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투기가 확산되면 파장이 심각하다. 부동산값에 다시 거품이 생기고 한탕주의가 만연할게 뻔하다. 자산디플레이션 못지않게 위험한게 인플레이션이다. 몇 사람은 한때 재미를 볼지 모르지만 대다수는 피해자로 남는다. 우리는 IMF터널을 아직 완전히 빠져 나오지 못했다. 독버섯처럼 번지는 거품의 징후들을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시점이다. 우리에겐 과거 부동산투기 바람으로 많은 것을 날려보낸 기억이 생생하다. 소를 잃기전에 외양간을 고치지는 못할 망정 한번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잘못을 범해선 안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