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천연두

영국의 의사인 제너가 개발한 종두법이 대대적으로 보급되기 이전, 천연두는 인류를 가장 공포에 떨게한 질병의 하나였다. 이 병에 걸리면 대개는 죽었다. 설령 살아 남는다해도 얼굴에 "곰보" 자국이 남아 모습이 흉했다. 전염성이 강해 한번 유행하면 수천 수만명이 죽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중국사람들은 이 병은 한번 앓고나면 죽을때까지 다시는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았다. 기원전 1천년께 어린이들을 독려해 이 병을 옮기도록 했다고 전한다. 만약 죽는다 해도 사회적으로 손실이 적다도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살아나면 두번다시는 끔찍한 이 병에 걸리지 않기때문에 귀한 사람으로여겼다. 중국의 이런 풍습이 페르시아와 터키에 전해졌다. 이곳에서는 천연두에 걸린 환자에게서 채취한 고름을 건강한 젊은이의 피부나 콧구멍에 넣는 습관이 성행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약간 개량된 방법이 18세기에 영국 등 유럽에 소개됐다. 천연두 부스럼에서 취한 고름에다가 실을 넣어두었다가 사람의 팔에 작고가벼운 상처를 내고 실을 이곳에 문지르는 방법을 썼다. 이는 일종의 "접종"으로 나중에 종두법으로 발전됐다. 제너의 종두법은 예방의학사상 전에없는 대성과로 꼽는다. 지난 8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사이래 인류를 괴롭혀온 악명높은천연두가 지구상에서 멸종됐다"고 선언했다. 1789년 제너의 첫 접종 이후 2백년도 되지않아 공포의 질병이었던 천연두가 완전 박멸된 것이다. 이를 기념해 각국은 연구실에 남은 실험용 바이러스마저 지상에서 영구히 폐기키로 결의했다. 그런데 지난달 미국이 천연두 바이러스의 폐기를 철회한데 이어 최근 러시아도 폐기반대 방침을 밝혔다 한다. 앞으로 생물무기 사용국가가 나올지 몰라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혹시 천연두병균의 무기화 자원화가 인류를 새로운 공포로 몰아넣지는 않을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