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금리 당분간 현수준 유지] '국내 경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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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리정책은 한국경제에도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국 주가와 경기를 좌우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에 미국이 금리인상을 일단 보류했다지만 오는 하반기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연준리(FRB)가 당장 금리를 올리는 것은 피했지만 앞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데 주목하고 있다. 심재웅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30% 폭락할 경우 한국 주가도 25% 가량 주저앉으며 경기회복세가 냉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통화고삐를 계속 조여 금리가 1.5%정도 인상되면 한국 경제성장률을 1.3% 포인트 가량 하락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올해 무역수지흑자규모도 18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미국의 금리인상은 해외자본의 한국이탈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세계시장에 금리인상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도 부득이하게 금리인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통화긴축이 장기적으론 보약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완만한" 통화긴축을 통해 미국의 경제조정과정이 연착륙 (soft-landing) 하는 경우에 그렇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원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통화긴축에 따라 미국 증시가 조정국면에 들어가면 투자자들로서는 해외의다른 대체투자시장을 찾게 마련이다. 이 경우 최근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시장이 가장 유망하게 꼽힐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국내증시와 외환시장엔 어떤 영향을 줄것인가.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FOMC가 저금리정책 기조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앨런 그리스펀 미국 FRB의장이 미국주가 급등에 대해 수차례 경고사인을 낸 것이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 주가는 빠른 시일내에 상승반전하기는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은 지난해 9월 이후 한국증시 상승을 견인한 한 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인식이 넓게 퍼지고 있다. 최용구 대우증권 조사부장은 "한국증시뿐 아니라 세계증시의 금융장세는 사실상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증시가 금융장세에서 실적장세로 전환하는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였지만 이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정부가 지난 17일 금리대책 회의를 열고 금리상승을 억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국내외 금리가 동시에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이날 열린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일단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보는 시각이 많았다. 때문에 원화가치도 그간의 하락세를 접고 반등했다. 원화가치가 최근 떨어졌던 것은 미국 달러화에 대해 일본 엔화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의 일부 딜러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지며 달러화를 내놓기에 바빴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장중 한때 1천1백원대로 진입하기도 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 만큼 반락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딜러들은 그러나 중장기적으론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이 인플레 압력을 진정시키기 위해 올해중 언젠가는 금리를 올릴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어서다. 달러 강세는 원화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울 외환시장의 수급이 여전히 불균형 상태이기 때문에원화약세를 예단하는건 무리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원화가치가 당분간 1천2백원선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