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중국의 강요된 안정

요즘 중국은 평온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안정된 느낌을 줄 정도다. 신문의 어느 구석에서도 학생들의 시위나 근로자의 폭동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야당이 집권당인 중국공산당 최고위층의 비리를 들춰냈다는 소문도 없다. 외형상 12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뿐이다. 그러나 중국사회를 한 겹만 벗기고 들어가면 이런 평온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톈안먼(천안문)사태 10주기(6월4일)를 앞두고 베이징(북경) 상하이(상해) 톈진(천진)등 대도시의 대학들은 임시휴교에 들어갔다. 10년전 민주화를 외치면서 톈안먼광장 시위를 주도하던 학생들은 사회인으로자리잡았다. 그 후배들은 휴교에 들어간 교정의 도서관에서 취업공부를 하거나 친구들과 교외로 여행을 떠났다. 대학 구내의 어느 곳에서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현수막이나 대자보를 찾아볼 수 없다. 베이징대외에 칭화대 런민대등도 임시 휴교조치가 내려지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공안당국이 집단행동의 가능성이 있는 대학에 대해서 직간접적으로 휴교를 권유했고, 해당 대학들은 이를 철저히 따른 것이다. 베이징에 배달되는 한국과 일본 홍콩신문들이 찢겨 있는 것도 톈안먼사태 10주기와 무관하지 않다. 홍콩 대학생들이 톈안먼사태의 재평가를 요구하며 벌이는 시위장면이 담긴 사진이 그 제재대상이다. 중국 공안당국은 외국신문들에 실린 시위사진이 민주화 세력에 퍼질 경우 이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때문에 불가피하게 취하는 조치라고 해명한다. 중국당국은 최근 들어선 자국인의 CNN시청을 금지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유통도 일정기간동안 제한하고 있다. 우리의 반상회와 같은 조직을 통해서 현재는 안정이 최고라는 인식도 일반인들 사이에 확산시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톈안먼사태 10주기를 이틀 앞둔 2일 국내외의 적대세력들이 번창하고 있는 사회주의 중국의 전진을가로막고 있다면서 사회적 안정과 모든 종족의 단합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안정과 단합을 해치는 세력은 싹부터 잘라야 한다고도 했다. 거대한 중국은 이래서 조용한 것이다. 안정을 내세운 중국당국의 소요억제 노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하다. 언제까지 이런 강요된 안정이 계속될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