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북한도발 철통안보로 막아야

북한 경비정이 서해에서 북방 한계선 이남의 우리 영해를 연 나흘째 침범한 사건은 아무리 봐도 예사롭지 않다. 그것도 오는 21일 중국의 베이징에서 갖기로 한 남북한간의 차관급 회담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다. 저들은 지난해에도 20여차례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적이 있었지만 우리 해군이 출동하면 순순히 북으로 돌아가던 작년과 달리 이번에는 우리 군의 경고까지 무시하고 있고, 이 때문에 양측 함정이 무력시위를 벌이다 서로 부딪치는 접촉사고까지 일어났다. 서로 10여척이 넘는 군함이 대치한 상태라 자칫하면 교전상태로까지 번질 수 있었던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북한의 이같은 행위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관영 중앙방송을 통해 "남한의 해군 함정들이 북한측 영해를 침범했다"며 "도발자들은 단호한 징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적반하장격의 억지를 쓰고 있다. 게다가 유엔사령부를 통해 우리가 제의하려던 장성급 회담의 통지문 접수마저 거부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에 "중요한 문제에 관한 대화의 기회를 이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자신들의 꽃게잡이 어장을 확장하려는 단순한 목적이라는 견해도 있고 우리의 햇볕정책을 틈타 북방한계선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속셈이라는 해석도 있다. 긴장국면을 조성해 남북협상등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분명한 것은 의도적 도발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햇볕정책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한 쪽에서는 대화하며 다른 편으로는 끊임없이 긴장을 조성하는 북한의 이중성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비료를 북한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민간의 식량지원도 계속하고 있으며 금강산관광, 월드컵 분산개최 추진 등 광범위하게 남북화해 및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베이징에서의 남북 차관급 회담이 장관급 회담으로 격상돼 남북관계에 큰 진전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은 웃는 낯에 침뱉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건 우리 군은 방어태세에 한치의 빈 틈도 보여서는 안된다. 햇볕정책도 철통같은 안보태세가 갖춰질 때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햇볕정책의 훼손을 염려해 국제 관례에 어긋나는 북한의 갖가지 행태를너그럽게 해석하는 관계당국의 자세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출어금지를 최소화함으로써 매일 5억원의 손실을 입는 우리 어민들의 피해를줄여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