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이 머니] 증권 길라잡이 : (한경 '펀드매니저 클럽')

[[ 김영일 ]] 외유내강. 겉으로는부드러우면서도 안으로는 강하다는 뜻이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말과 정반대되는 4자 성어다. 진정한 강자를 가리킬 때 주로 쓰는 말이다. 김영일 미래에셋자산운용 수석운용팀장을 만나면 바로 외유내강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한국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평가받을 정도의 실력자지만 외모상으로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 얼굴도 온화하고 말도 조용조용하다. 그는 "박현주1호, 2호, 5호"를 혼자 운용하고 있다. 수익률이 모두 60%(6월7일 현재)를 넘는다. 운용규모는 1천5백억원. 다른 팀원과 함께 운용하는 "미래에셋드림" 펀드(2천억원)를 합치면 3천5백억원을 주무르는 큰손이다. 그렇게 많은 돈을 굴리면서 수익률도 높으면 알게 모르게 뽐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단정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직도 부족한게 많다. 앞으로 펀드매니저를 4년정도 더해 10년은 채워야 스스로의 투자철학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투자철학은 단순하다. "유망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짠 뒤 목표가격이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유망 종목을 어떻게 발굴하느냐와 시장이 흔들릴 때 동요하지 않고 주식을 계속 갖고있을 수 있느냐이다. 일반투자자들의 "실패"와 김 팀장의 "성공"은 바로 여기서 갈린다. 그의 성공사례를 살펴보자. 김 팀장은 지난96년 7월 대덕전자를 3만3천원대에 20만주나 샀다. 두 달후에는 영원무역을 1만5천원대에서 40만주를 매수했다. 그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편입한 주식중 상위 5위안에 드는 규모다. 자본금이 1백억원대에 불과한 소형주에 대한 과감한 결정이었다. 당시 영원무역은 하청업체라는 점에서, 그리고 대덕전자는 성장성이 의문시된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주식이었다. 그러나 김 팀장은 "경쟁력이 있는데다 재무구조도 건실해 수익이 많이 나는 유망종목"이라고 확신했다. 실제로 96,97년 실적이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했던 것보다 훨씬 양호했다. 외국인이 관심을 가지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1년3개월여를 기다린 후 98년초에 두배이상 이익을 남기고 팔았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800선에서 400밑으로 폭락했다. 지수가 반토막나는 상황에서 거꾸로 2배이상의 수익을 낸 셈이다. 이들 종목도 중간중간에 "매도유혹"이 찾아왔다. 매수가격보다 30~40% 오른 뒤 조정을 거칠 때였다. 그러나 목표가격이 올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 "인내는 쓰되 열매는 달다", "고진감래"란 경구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실수나 실패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에 대한 실패가 대표적인 예다. 김 팀장은 올2월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 보유하던 SK텔레콤 주식을 모두 팔았다. "하락장이니까 팔고 난 뒤 낮은 가격에 다시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매도가격은 60만원선이었다. 그러나 그가 SK텔레콤을 판 후 주가는 한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뜀뛰기하듯 수직상승했다. 6월10일에는 1백61만원까지 올랐다. 3개월도 안돼 2.7배나 폭등한 것이다. "60만원에 팔았는데 그것보다 높은 가격에서는 살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펀드에는 SK텔레콤이 한 주도 없다. 펀드매니저 6년동안 가장 뼈아픈 "실패"였다. SK텔레콤은 "유망종목을 사서 목표가격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원칙"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한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는 단기매매도 경우에 따라선 유효한 투자전략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머리를 내젓는다. 그전까지 보였던 부드러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단기 흐름에 따라 저점에서 사고 고점에서 파는 것이 오히려 수익률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김 팀장은 강조한다. "파도타기"는 성공할 확률이 50%다. 매매타이밍에 천부적인 펀드매니저도 승률은 60%정도에 불과하다. 사고 파는데는 비용이 뒤따르기 때문에 그만큼 손해다. 특히 규모가 큰 펀드일수록 비용은 더 커진다. 결과적으로 싸게 팔고 비싸게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주식형수익증권을 고를 때 "추가형"보다는 "단위형"을 고르라고 충고한다. 추가형은 환금성에선 유리하나 수익률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돈의 흐름이 불안정하고 투자기간도 불투명해 펀드매니저가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기 어렵다. 반면 일정기간동안 가입과 환매가 금지되는 단위형은 규모와 기간이 확정된다. 때문에 펀드매니저가 실력을 발휘해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 펀드매니저는 "냉정함"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펀드매니저가 시장에 휩쓸리면 실패하기 쉽다"고 말한다. 많은 펀드매니저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포지션(주식보유상황)에 따라 시황을 보는 경향을 보인다. 주가가 오르기를 "희망"하는 것이 주가에 대한 "전망"인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의사결정이 빠른 것보단 실수하지 않는 "좋은 결정"을 더 선호한다. 다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중함"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펀드매니저가 10년정도 되면 "은퇴"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높게 유지하기 위해선 리스크관리가 필수적인데 리스크관리에는 경험과 노련함이 신속함과 젊음보다 낫다"고 그는 말한다. ----------------------------------------------------------------------- [ 김영일 팀장 ] 경남 마산 출생(63년) 경남 진주고 졸업 서울대 경영학과(82학번) 한국투자신탁 입사(89년 8월) 미래에셋자산운용 입사(98년 11월) 97년 한경스타워즈투자게임 수익률 1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