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규 기자의 '정가 포커스'] '비자금리스트' 정치권 압박

"이번주는 또 어떤 사건이..." 매주 한건씩 터져 나오는 메가톤급 돌출사건에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고관집 절도 사건"에 이어 "호화 옷 로비" "3.30 재보선 자금 살포설""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설" 등 바람잘 날 없는 사건의 연속이다. 이제는 "최순영 리스트"에 이어 "원철희 리스트"까지 실체 여부와 관계없이정치권을 서서히 짓누르고 있다. 최순영 신동아회장과 원철희 전 농협회장이 자신들의 혐의사실을 경감하는방안으로 정치인들을 끌어들이는 인상이 짙다는게 정가의 시각이다. "입만 열면 여러 사람 다칠 것"이라고 협박한 한 5공 인사의 발언이 재연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특히 원철희 리스트의 경우 한나라당은 관련 장관및 국회의원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사실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검찰도 지난 주말 "원철희씨가 정.관계 언론계 인사 등 1백~1백50명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돌렸다는 발언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때문에 20여명의 정치인 이름을 담은 정체불명의 최순영 리스트에 원철희 리스트까지 가세하면서 청와대의 대대적인 사정설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양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는 정치인은 여야 관계없이 "좌불안석"이다. 공개적으로 아니라고 해명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가슴앓이는 더욱 심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주는 각종 의혹 사건을 풀기위한 국정조사권 발동이 가장큰 이슈로 걸려 있다. 여야의 정치력이 어떻게 발휘될지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정치권이 시간만 끌고있다는 비난여론이 드세지고 있어 여야는 금주중 어떤 형식으로든 국정조사의 모양을 갖춰야 하는 처지에 몰려있다. 양측이 모두 양보안을 제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성 관측이 나오는것도 이런 현실의 반영이다. 그러나 여야간의 입장차이가 너무 커 단독으로 "파업유도" 의혹에 대한 조사를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가지 특기할만한 사실은 정부가 남북한간의 초긴장상태를 정치문제 해결에 악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경비정이 수차에 걸쳐 영해를 침범, 서해에서 남북한이 대치 상태를 벌이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담담한 표정이다. 남북한간 사소한 긴장의 "조짐"만 보여도 여당에 유리하게 상황이 반전되는과거와는 분명 다른 양상이다. 현 정부가 북한 포용정책인 이른바 "햇볕정책"을 선언, 이를 악용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나 어쨌든 긍정적인 변화라는게 정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