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면톱] (수도권경제) "수목원아파트서 오순도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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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서 살려면 동성아파트로 오세요" 일산 강선마을 17단지 4백76가구 주민들의 표정은 늘 활기에 넘친다. 부녀회를 중심으로 한마음이 돼 일산뿐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가장 살맛 나는" 생활터전으로 가꿔놨기 때문이다. 아담한 단지안에 들어서면 우선 바깥으로 심어 놓은 전나무의 쭉 뻗어 있는 자태가 마치 수목원을 찾은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봄철이면 연산홍과 개나리가 울타리를 덮을 정도로 활짝 피어나고 사철나무와 측백나무도 무성하다. 최선자(37.여) 부녀회장과 피갑천(43) 관리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매년 수십그루씩 조경수를 심어나가고 있다. 수목원을 꾸미는데 드는 비용은 관리비를 절약한데서 나온다. 사실 동성아파트의 관리비를 절약하기 위한 노력은 가히 "입체적"이라고 할 만하다. 먼저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20여개의 전등을 사람이 있을 때만 켜지는 센서등으로 바꿨다. 설치한지 1년만에 비용 3백만원이 빠졌고 지금은 이익금이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온수 공급기도 손을 봤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공급온도를 고정시키지만 동성은 다르다. 오전과 오후엔 45도로 하고 밤에는 50도로 공급,평균 48도를 유지한다. 여기서 절약되는 돈이 매달 50만원 정도. 최근에는 이 수입으로 외관을 칠해 새 아파트로 다시 태어났다. 이웃간 화합 등의 행사에 대한 호응도 좋은 편이다. 대표적인게 과잉구매를 없애기 위한 "아나바다 운동"의 전개. 최근 단지내에서 열린 행사에는 무려 10수레 분량의 물품이 쏟아졌다. 의류에서부터 장난감, 신발, 운동기구, 가정소품 등. 바꾸고 남은 것은 녹색 재활용센터로 보내졌다. 앞으로 날씨좋은 날을 골라 2~3차례 행사를 더 열 예정. 벌써 물건들이 모아지고 있다. 농촌과의 자매결연을 통한 "누이좋고 매부좋은"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경기도 화성군 이무리 주민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기념으로 돼지도 잡고 잔치를 벌였다. 올해부터는 이무리의 특산품인 알타리 무우와 고추,화성쌀을 꾸준히 구매해 농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동성아파트는 지난해말 경기도 전역의 아파트 단지중 최우수상을 받았다. 피소장은 개인적으로 도지사상을,최회장과 동대표 회장은 고양시장상을 수상했다. 평가점수는 1백점 만점에 95점으로 역대 최고 점수. 최선자 부녀회장은 "살고 싶은 아파트를 꾸며 나가다 보면 지역사회에 대해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올해엔 작지만 실속있는 사업을 펼쳐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녀회의 이런 활동에 관리사무소도 성실한 업무수행으로 맞장구를 치고 있다. 동성아파트의 관리직원수는 23명으로 다른 단지에 비하면 미니급. 2명의 직원을 1개조로 방범순찰조를 편성,주민과 자녀들이 마음놓고 밤길을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자칫 삭막하기 쉬운 아파트단지에서 훈훈한 정을 일구는 곳이 동성아파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