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기업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 최운열 <교수>

최운열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 경제주체들이 최선을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경제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산적해 있다. 특히 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중의 하나로 지적되는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현재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하기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중이다.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는 이해관계자보다는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인사들이 가장 상식적인 입장에서 성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하게 구성된 위원회에서 합일된 의견을 도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나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토론 과정을 거쳐 바람직한 모범규준이 마련되리라 기대된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기본정신으로 작성될 것이다. 첫째,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유인하는 경영체제가 확립되도록 한다. 둘째,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경영을 강조한다. 셋째, 기업의 주주 및 이해관계자 상호간의 이해 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넷째, 기업 및 구성원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을 제고한다. 과거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했던 대주주 중심의 기업경영은 장점 못지않게 많은 폐해를 낳았던 것도 사실이다. 기업의 목표가 기업가치 극대화를 통한 전체 주주의 부를 증대시키는데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은 오직 대주주의 만족을 극대화시키기위한 경영을 해왔다. 이는 방만한 사업확장과 폐쇄적인 경영관행을 낳아 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지고 궁극적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된 하나의 요인이 됐다. 군주처럼 군림하는 대주주 앞에서 다수의 기타 주주를 위해 소신껏 경영을 할 전문경영자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시는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업지배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적 현실을 이상적인 모형에 어떻게 접목시켜 바람직한 한국적 기업지배구조를 구축할 것인가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배구조 개선의 목적이 투명 경영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지 감정적으로 현상을 타파하는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의 함양과 투명경영의 틀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첫째,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각 이해관계자들간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각자의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돼야 한다. 주주들은 자기의 지분에 비례해 권한을 행사하고 행사한 권리에 대한 책임을부담해야 한다. 10%의 지분만을 보유한 대주주가 1백%의 권한을 행사했다면 그에게 1백%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권리만 행사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풍토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된다. 둘째, 경영자들이 전체 주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실질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이사회가 구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 도입된 사외이사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 사외이사의 기능은 전문성을 활용하여 사내이사들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고경영내용을 잘 감시하여 기업이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한다. 단기적인 시각에서 어느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변자로 전락해서는안된다. 비록 특정 주주집단의 추천을 받아 이사로 선임됐더라도 전체 주주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 셋째, 채권자나 근로자들도 기업의 주요한 이해당사자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상에 이들의 역할을 정립하는데 있어서 분명히 해야 할 사항은 이들이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 한 기업의 경영 주체일 망정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한 이들의 이해가 적절히 충족되지 않고는 기업가치 극대화가 실현될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경영진이 주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더 유능한 경영자에게 경영권이 이전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런 환경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첩경이 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능력이 없는 혈육에게 경영권이 아무 비용 없이 이전돼서는 안된다. 자식에의 상속은 경영권이 아니라 정당한 세금을 부과한 재산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자식이나 사회에 모두 득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조지아대 경영학 박사 한국경영연구원 현 한국증권연구원 원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