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품질만이 살길 .. 신형인 <금호산업 사장>

신형인 민족분단의 비극인 6.25를 겪은지 어언 40여년간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렸다. 정치.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경제성장만은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도 남을 만큼 눈부신 것이었다. 그러나 97년말 6.25이후 최대 국난이라는 외환위기의 태풍 앞에서 한국호는 풍전등화 신세로 전락했다. 여기에는 단지 외환부족이라는 직접적인 원인만 있지는 않았다. 내실보다 외형을 추구했고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잃은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전쟁에 이기려면 전략과 무기가 적보다 나아야 한다. 무한경쟁시대에서 생존하려면 경쟁우위가 있어야 한다. 80년대 일본은 미국시장 장악을 목표로 밤낮없이 연구하고 노력했다. 결국 목표를 이뤘고 경제대국에 합류했다. 미국은 현실을 인정하고 각고의 고통을 인내하며 일본연구에 나섰고 이제 옛명성을 되찾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나라가 경쟁위를 가졌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수많은 경영기법들이 생성 적용 소멸의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그렇지만 두나라가 추구한 것은 바로 품질이었다. 물론 품질이 제품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다. 고객들의 수요파악부터 애프터 서비스까지 포괄적 성격의 품질이었다. 필자의 회사는 매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를 경영방침으로 정해놓고 관리한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품질을 으뜸으로"를 채택했다. 기업문화를 혁신하고 경영자와 근로자가 인식을 함께 해야 품질개선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품질은 우리 기업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주는 유일한 길이다. 가격 경쟁력에 의존함으로써 브랜드 성가를 높이는데 실패한 우리 기업에게 품질개선은 무척 중요하다. 품질이 좋아지면 대낮에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주저앉은 어처구니없는 일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된다. 품질은 경쟁우위을 영속적으로 부여하는 요소이다. 한국의 위상, 국산품의 브랜드 성가를 높이는 배경이다. 한국호가 새천년을 순항토록하는 나침판인 동시에 21세기 무한경쟁시대의 승부수기이도 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