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삼성차' 올바른 여론 선도를 .. 공병호

공병호 지난주 경제뉴스 초점은 온통 김대중 대통령 귀국 이후 삼성자동차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에 모아졌다. 다른 신문과 마찬가지로 한국경제신문도 이를 심도있게 다루어 왔다. 특히 한경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간략하게 정리한 7일과 8일의 컬러도표를 들 수 있다. 일목요연하게 현안을 파악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앞으로 정부가 삼성자동차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론 주도층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한경이 경제전문지로서 여론을 선도하여야 한다고 본다. 우선 삼성자동차 처리 문제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기아자동차 처리문제와 여러 면에서 닮은 꼴이다. 사람들이 바른 길을 택하도록 설득하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 가운데서 역사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국처럼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줄을 잇는 곳에서 2년이란 세월은 무척 긴 시간이다. 그러나 97년 7월 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 이후 기아자동차가 정치논리와 여론, 그리고 국민정서에 떠밀려 어떤 길을 걷게 되었는가를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삼성자동차 처리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다음으로 다루어져야 할 일은 외국인들이 삼성자동차 문제의 해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한국적인 요소를 일단 배제한 상태에 있는 외국인들은 철저한 경제논리대로자동차 문제의 해결을 주장할 것이다. 우리처럼 문제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부실화된 기업을 처리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삼성자동차 문제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을 적극적으로 소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9일자에 몇몇 외국투자가들의 시각을 소개하고 있지만 종합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사태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경우 외국인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예상도 포괄적으로 소개할 필요가 있었다. 무리하게 정치논리에 따라서 처리하게 되면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들은 틀림없이 한국 경제를 세차게 비난하는 뉴스를 국제금융가에 띄우게 될 것이다. 우리끼리 매사를 처리하기에는 우리의 상황이 낱낱이 공개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경제의 실체란 리얼타임으로 우리의 상황이 전달되는 것을 뜻한다. 그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한다. 1천억원, 2천억원설에서 2조8천억원으로 부담이 늘어난 다음, 추가적인 부담공세에 대해 삼성측은 불가함을 공식적으로 밝 힌 바가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통령의 귀국과 관계장관 회의를 거치면서 삼성은 추가 부담을 약속하게 된다. 이를 두고 한경은 "정부.여론에 밀린 고육지책"이란 주제로 박스기사를 다루었다. 문제가 다소 민감하긴 하지만 원칙을 벗어난 결정이 계속적으로 여론과 정부에 떠밀려 부담을 강요당하는 것은 여러모로 볼 때 대단히 위험한일이다. 게다가 이번 결정을 통해서 채권단은 거의 완전히 부실대출에 따른 책임을 면죄받는 데 성공했다. 정부에 의해 삼성은 거의 무한 책임을, 채권단은 거의 완전 면제로 결판이 나고 말았다. 한국에서 공권력이 가진 힘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다. 법적 테두리내에서 책임을 나누어 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올바르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다수가 원하는대로 매사를 처리하여 나가는 것을 보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에서 정치와 경제 사이의 관계다.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지난주에 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선 것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일이었다. 한경은 8일자에 1면 머릿기사와 ''주가 1000시대 입체조명''이라는 시리즈 등다양한 기사를 보도했다. 해외증시와 관련된 부분까지 짚어줌으로써 한경의 편집시각이 글로벌화 했음을 입증했다. 경제신문의 기능은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 대해 다양하고 심층적인 분석보도를 하는 것이다. 한경의 저력을 과시한 지면이었다. 7월6일자 1면은 "외국기업 한국 전성시대"란 주제의 기획취재를 보도했다. 99년에 들어서 외국인의 직접투자 규모가 많이 증가했다. 외형상으로 늘어난 외국인 투자의 이면에는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 때문에 고통 당하는 외국 기업들의 한숨도 함께 소개되어야 한다. 그들의 눈을 통해서 한국의 실상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면 의외로 우리가 놓치고 무시해 버렸지만 중요한 개선점을 찾아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을 수있을 것이다. 그런데 9일자 사회면에는 경영자총연합회가 외국기업 1백3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문제에 대한 주한외국기업의 의견조사 결과가 보도되었다. 조사대상업체의 18%가 노사문제로 한국을 떠날 생각을 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노조가 있는 기업의 경우 40.5%가 노사문제로 철수를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을 제시했다고 한다. 경영자 입장에서 노사문제를 본다는 비판도 있겠지만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을 비롯한 노사문제 전반에 대해서 외국기업들의 불평과 불만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가는 정책의 공급자이다. 공급자가 아무리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다. 수요자인 기업들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술술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국기업들이 감동할 정도까지 우리의 상황이 호전되는데 기획취재가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정책도 정부가 생산하는 중요한 상품이라 생각한다면,고객감동의 정책을 펴도록 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