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강산 경제기행] (9) '무안 황토흙' .. 못자리용흙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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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의 지맥이 남서쪽으로 달리다 바다를 만나 잠시 숨을 고른다. 지각변동이 갑자기 멈춘 탓인지 지세는 평온하기 그지없다. 산지 대신 낮은 구릉과 평지가 활짝 펼쳐진 곳. 이곳이 전남도청 이전 예정지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무안군이다. 무안은 흙이 자랑이다. 흙은 흙이되 예사 흙이 아니다. 농토의 태반이 비옥한 사질과 점토질의 황토흙이다. 일찍이 백제 때부터, 그리고 6~70년대까지만 해도 호남 최대의 옹기 주산지였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도 이 흙은 무안주민들이 삶을 풀어가는 중요한 테마다. 농토가 워낙 비옥하기로 이름나다보니 흙을 팔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매년 4월 모내기철이 다가오면 무안은 못자리용 흙을 사기 위해 나주와 영암, 멀게는 전북 순창과 부안 등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크게 북적거린다. 황토 판매가격은 톤당 3만원. 올해는 찾는 사람이 늘어 지난해보다 5천원이 올랐다. 지역내 10여개 판매장에서 하루 평균 수백톤씩을 팔았다고 한다. 황토흙의 쓰임새도 늘어 요즘에는 황토찜질방과 어류양식장, 바다녹조현상 방제토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밭에서 벼가 자라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비옥한 농토 덕택이다. 망운면과 해제면 등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밭은 모두 황토밭. 그래서 이름도 황토밭벼다. 지난해 5백84ha에서 2천2백68톤을 생산했다. 올해는 재배면적을 늘려 1천7백33ha에서 7천8백63톤을 수확할 계획이다. 전국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수확량이다. 밭벼는 논벼에 비해 품질은 다소 처지지만 비옥한 농토가 아니면 자랄 수 없는 특성상 비료, 농약이 거의 필요없다. 무공해쌀이란 얘기다. 또 파종시 씨를 뿌리고 추수때 거둬들이는 것을 제외하곤 일손이 따로 필요없어 인건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밭벼는 대개 전국 최대 생산량과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무안양파, 그리고 마늘과 연작재배된다. 같이 경작할 경우 지력이 크게 증진되기 때문이다. "무안 흙"의 명성은 전남 도내에서 가장 성한 도자기산업에서도 확인된다. 무안은 생활자기 19개소, 전통자기 4개소 등 모두 23개업체로 도내 최다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전통자기의 경우 투명한 백토질 성분의 무안점토가 고려말 조선초에 유행했던 분청사기를 재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재료라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IMF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목포시에서 도자기산업을 1군1품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어 든든한 성장배경이 될 전망이다. 군은 지난해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토양분석을 의뢰, 생산작물에 혈액정화와항암효과가 있는 게르마늄이 함유돼 있다는 실험결과를 얻었다. 군은 이에 따라 지난 4월 "황토랑"이란 고유브랜드를 상표등록해놓고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농산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