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후인간

과학기술이 인류문명에 엄청난 기여를 해왔지만 반대로 끼친 해악 또한 적지않다. 과학기술의 전분야에서 인간의 오용사례를 찾을 수있다. 잘못 활용된 대표적인 예는 핵폭탄이다. 핵물리학의 발전이 인간의 물질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정도 풀어줬으나 그 대신에 원자폭탄 수소폭탄 등 가공할 무기의 출현을 가져왔다. 원폭의 폐해도 경험했다. 화학의 발달은 독가스 등 화학무기를 합성, 제조할 수있게 했고 이 앞에서 인류는 공포에 떤다. 미생물학의 발달은 각종 살충제및 제초제 개발에 개가를 올렸고 농업생산성 을 높였다. 그러나 인류에게 환경오염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겠끔 만들었다. 다윈의 진화론, 멘델의 유전현상 등에 대한 지식은 생물학 발전에 기반이었다. 하지만 진화와 유전에 대한 지식을 인류개량에 활용하는 우생학이 등장하고 훗날 이것이 나치즘과 결합되면서 한 때 인류는 큰 곤욕을 치렀다. 우생학은 나치로 하여금 게르만 민족만이 가장 우수한 민족이며 유태민족은 열등하다는 주장을 펴게했고 유태민족의 학살논리를 제공했던 것이다. 21세기에 유전공학이 각광받을 분야로 꼽히나 이것이 인류에게 또다른 오용의 사례를 가져다 줄 것만 같다. "역사의 종말"로 유명한 미 조지메이슨대학의 후쿠야마교수는 유전공학의 발달이 장차 유전자조작으로 "후인간(Post-human)"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인간을 탄생시킬 날이 올 수있고 예고했다. 최근 미 외교전문 게간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발표한 역사의 종말 10주년 기념논문에서 그는 미래에 한 국가가 유전자조작을 통해 우수한 개인들을 "생산"하고 다른국가들도 이를 따르게 되는 날이 올 수있다고 내다봤다. 후쿠야마는 "사회주의의 요체는 경쟁이다"라는 고르바초프의 말 한마디에서 소련의 붕괴를 내다본 혜안의 소유자의 소유자다. 그래서 그의 "후인간"은 우리를 더욱 섬뜩하게 한다. 그의 예측이 맞는다면 인간은 과학기술로 멸망의 길을 파고있는게 틀림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