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초대형 합병의 부작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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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가튼 오늘날 기업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초대형 합병(메가머저)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생겨나는 사회적 파장은 심각하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중하고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2년간 미국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 탄생했다. 특히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의 인수합병이 수두룩했다. 시티뱅크와 트래블러스의 합병, 월드컴과 MCI의 "결혼"도 미국 기업사를 새로 쓰게 만들었다.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 BP와 아모코간 합병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기업들은 비용절감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합병을 선택하고 있다. 치열해지고 있는 경영환경에서 볼때 이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합병이 많은 사회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반독점 문제도 그 중 하나다. 다행히 미국 법무부 연방거래위원회 등 해당기관들이 이 문제만큼은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어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기업 합병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기업 정부 등 공공기관과 개인간 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시장체제는 미국 경제의 최대 원동력이자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호해주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 국민들은 사회전체 이익과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창한 개인의 부가 반드시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JP모건과 록펠러가 한창 권세를 부리던 시절, 기업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지자 이에 대한 정부의 견제가 시작됐다. 독점금지법에서 증권거래위원회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의 설립에 이르기까지막강한 기업의 힘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됐다. 지난 50년대 자유방임주의시대를 거쳐 그후 10년간 정부의 또다른 기업 견제책들이 등장했다. 환경보호와 고용의 기회균등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제 기업, 특히 초대형 기업들이 국내는 물론 국제문제를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왔다. 과거 "큰 정부"가 차지했던 자리를 "골리앗 기업"들이 대신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골리앗기업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덩치가 커질수록 기업들은 소규모였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그들이 속한 사회에 쏟는 관심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문화.연구활동, 직업훈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이 갈수록 소홀해진다. 대신 기업 자신들의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입법활동에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허점투성이인 정치헌금법 덕분에 기업들은 정치인들에게 입김을 미칠수 있다. 특히 환경기준 세금정책 사회보장 의료보험 등 기업활동에 민감한 법안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시티그룹은 이미 지나치게 비대해져 쉽게 망하지 않는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크라이슬러와 록히드가 정부의 대규모 자금지원을 통해 살아남았던 것도 이들 기업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초대형 기업들은 법위에 군림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재판중인 사건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수 있다. 재판에서 지더라도 벌금만 물면 그만이다. 벌금이 아무리 과다해도 경영에 큰 지장이 없다. 골리앗기업들은 또한 미국의 국제적 활동에까지 압력을 행사한다. 록히드마틴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대에 일조했으며 폴란드 체코 등에 전투기 등 군수품을 팔기도 했다. 합병으로 탄생한 항공제작업계의 골리앗 보잉.맥도널 더글러스는 미국의 무역정책에 무서울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엑슨.모빌은 산유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벌일 정도로 힘이 커졌다. 일개 기업이 한 나라의 위치로 격상되면서 "민간" 외교력까지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의 경제시스템은 기업과 개인의 요구가 균형을 이룰때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그렇지만 메가머저로 인한 기업의 대형화는 이같은 균형을 깨고 있다. 이처럼 특정 이익단체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치헌금시스템을개혁해야 한다. 이밖에 정부 기업 등 공공기관과 개인간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세제 및 행정규제 문제도 손을 봐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시대에 기업과 정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범국민적 검토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자본이동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한 국가가 자국의 경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아시아 금융위기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지금이야말로 시장과 사회체제간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임을 알아야 한다. ----------------------------------------------------------------------- 이 글은 미국 상무차관을 역임한 제프리 가튼 예일대 경영대학장의 비즈니스위크지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