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계 금융시장 전망/대응 .. 왕연균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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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균 세계의 금융시장이 점점 하나로 통합되는 것 같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한데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 때문에 동아시아 주가가 지난주에 큰폭으로 내렸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대우그룹의 유동성 문제로 급등하던 주가가 사상 최대의 낙폭을 경험했다. 이제 금융시장은 진정 국면에 들어섰으나 투자자들은 향후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 몇 년간 인플레 없는 고성장을 지속했고 실업률도 매우 낮았다. 기업의 수익률은 높고 주식시장은 과열되어 있으며 소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경상수지 적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지출이 소득을 초과하는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FRB는 국민의 지출을 줄이고 앞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인플레 압력을 미리 막기 위해서 금리인상을 취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현재 미국에서는 강한 인플레 압력이 없으므로 금리를 크게 올릴 가능성은 없다. 만약 0.5%포인트를 올린다면 미국과 세계 주가는 폭락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FRB는 금리인상을 단행한다고 해도 오는 9월 또는 10월께 지난 6월과 같이 0.25%포인트 정도 인상할 가능성이 많다. 미국 경제는 올해 3.75~4.0%에서 내년에 3% 성장으로 연착륙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나치게 오른 주가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을 바라고 있고 정책도 여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 예상되고 있다. 주가가 경제 기본여건에 비해서 지나치게 오르고 주가폭락이 뒤따르면 기업도산과 경기침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내년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가폭락을 가져올 큰 폭의 금리상승은 생각할 수 없다. 올 하반기와 내년에 미국 주가는 점진적인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다. 중국은 지난 수년간 경제성장률 수출 내수판매 등이 둔화되고 실업이 늘어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도산도 늘어나 내수확대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내부에서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외환위기를 맞아 큰 폭으로 화폐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바람에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많이 약화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정책당국은 여전히 평가절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또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7%에 이를 것이며 중국과 홍콩의 외환보유고가 아직 많은 편이다. 일본의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가 올해안에 단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내년에는 10~15%정도 평가절하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큰 폭의 절하 가능성은 없다. 왜냐하면 이럴 경우 인접국들이 또 한차례 잇따라 평가절하에 나설 것이고 이는 환란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국익에 합당하지도 않다. 일본에서는 경기회복 신뢰회복 주가상승 등에 힘입어 엔화가 달러당 1백16엔에 이르고 있다. 엔화가 1백엔에 이르면 수출산업이 망하고 1백40엔에 이르면 주식시장이 붕괴할 것이다. 일본 정부는 1백20엔대로 회복시키고자 많은 달러를 매입하고 있으나 시장을이기지 못하고 있다. 엔화가 현재의 가치를 지속하고 원화가 달러당 1천2백원대를 유지한다면 우리나라 환율은 적정환율이 될 것이며 수출산업의 채산성도 확보될 수 있다. 한국은 지방경제의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으며 인플레 압력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금리는 하반기에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함이 바람직하다. 최근 대우문제는 한국 기업문제의 대표적 케이스이다. 차입에 의한 재벌의 과잉투자, 금융기관의 대출심사기능의 부재, 금융기관 감독의 취약성, 정치적인 대출, 낮은 수익률, 만연된 상호지급보증, 낮은 기술투자,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등이다. 기업의 차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증권시장이 육성돼야 하고 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지배구조의 선진화이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차입비율을 낮추기 위해서 차입금을 이용해 고리형 상호출자(A는 B에, B는 C에, C는 A에 출자) 방식을 쓴다. 그러므로 차입금총액은 증가하는데도 재벌 계열기업들의 자본금은 더욱 증가한 것처럼 보여 재벌그룹의 차입비율(차입금/자본금)은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고리형 상호출자가 금지돼야 한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박사 논문:국제수지와 정책효과의 계량분석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