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확률이야기) '발표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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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분야에서 하는 임상실험은 가장 과학적인 조사(실험)에 속한다. 그러나 문제는 예비실험, 즉 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환자 10여명을 새로운 방법으로 치료해 본 뒤 만약 그 치료법이 효과가 있으면 그 결과를 동료의사뿐만 아니라 언론에게도 발표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 일어났던 한 소동의 이야기를 간단히 해 보자. 노인성 치매를 의미하는 알츠하이머병이 있다. 영국의 유명한 대학에서 이 병의 치료법이 개발됐다고 모든 신문에 대서특필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은 이런 것이었다. 그 대학에서 4명의 치매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방법을 실험했는데 18개월 후에세 명의 환자는 현저히 좋아졌고 나머지 한 명은 더 이상 상태가 악화되지 않았다. 이런 내용이 기자들에게 알려지자 의사들은 기자회견을 열었고 실험에 참가한 환자 한명은 회견장에서 증언을 했다. 물론 의사들은 이 치료법이 초기단계이며 아직 치매의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문기사에는 "치매에 대한 실험성공", "새로운 치료법이 희망을 주다" 등의 제목이 붙여졌다. 그 후 몇 달 동안 그 대학병원에는 치매환자가 있는 가족으로부터 수천 통의치료에 관한 문의전화가 걸려오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처럼 우리는 치매나 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 에이즈(AIDS)의 치료법 발견 등과 같은 의심스런 주장들을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러나 이 병들의 확실한 원인이나 치료법은 아직 없다. 몇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의 결과는 별 의미가 없다. 환자들은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므로 충분한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이 이루어져야 한다. 임상실험에서 대상환자를 뽑을 때도 여론조사에서와 같이 응답자의 대표성이당연히 고려되야 하는 것이다. 붙이는 피부암 치료제를 세계최초로 개발하였다는 기사가 몇 년전 각 일간지에 주요 기사로 등장했었다. 그러나 이 치료제의 임상실험대상은 90세 노인 한 명 뿐이었다. 붙이는 피부암 치료제는 좀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해야 그 효과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피부암의 종류,증상의 정도 등이 당연히 고려되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