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머노믹스] (여성 파이어니어) '데이드림디자인'

"분수 위의 물기둥을 타고 하늘을 나는 예쁜 꼬깔모자 쓴 요술공주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떡을 뺏아 먹으려고 아직 산 중턱에 숨어있는 할아버지 호랑이도 소개해 주고 싶은데..."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는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자 뜻을모은 주부들이 뭉쳐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의 소호창업지원센터(경기도 용인시 구성면 마북리)에 입주해 있는 데이드림디자인의 이미희(35) 박남희(35) 이봉래(31) 김원주(28) 김선아(28)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동화애니메이션은 아직 전문화돼 있지 않은 분야. 대부분 상업적인 만화애니메이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만화애니메이션까지 범람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화면과 내용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드림디자인은 아름다운 이미지와 따뜻한 감성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동화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출발했다. 데이드림디자인의 이런 소망은 평범함 주부였던 이미희 사장과 박남희 웹진 편집장의 안타까움에서 시작됐다. 이미희 사장은 이화여대 동양화과 출신. 졸업후 6년간 도서출판 고려원에서 책표지와 삽화 디자인을 했다. 홍익대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한 박남희 웹진 편집장은 성남 수진초등학교 교사였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이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느낀 점이 많았다고 한다. 자극적인 성인용 오락게임과 만화에 노출돼 있는 아이들. TV는 아이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프로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사장과 박 웹진 편집장은 아이들의 메말라가는 정서를 맑게 가꾸고 싶은엄마의 마음으로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먼저 그들은 지난 97년8월부터 1년동안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컴퓨터그래픽 교육을 받았다. 교육동기생으로 이봉래 김선아 이은주씨도 만났다. 유치원교사 컴퓨터프로그래머 등의 경력을 가진 이들도 데이드림디자인의 창업에 마음을 같이 했다. 그러나 일을 다시 시작하는게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창업자금을 마련하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가족들을 비롯해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이들의 순수한 열정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고 했던가.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1년간 사무실과 컴퓨터 팩스 등 각종 시설을무상으로 지원하는 "여성소호(SOHO) 창업지원센터"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입주희망자로 신청해 결국 지난 4월 1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이곳 9평짜리 사무실에 둥지를 틀 수 있었다.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이들은 큰 희망과 포부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의 동화책과 출판물의 한계를 극복하고 멀티미디어 영상시대에 맞는 새로운 동화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각오다. 어린이들의 정서에 맞는 충실한 내용을 담는 것은 물론이다. 이미 "작은물 이야기" "선한 사마리아인(성경)" "바바빠빠" "말놀이 쫑쫑"같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앞으로 한국전래동화와 성경, 그리고 새로운 창작동화 애니메이션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 그 동화애니메이션을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교육용 자료로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데이드림디자인은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홈페이지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자체 홈페이지 "꿈을 심는 정원(www.daydd.com)"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이곳엔 어린들에게 유익한 인터넷 사이트를 알려주는 "인터넷 탐험",어린이들을 위한 책과 시집 등 다양한 읽을 거리를 소개하는 "책 아저씨",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와 모임을 안내하는 "꿈 그리기"가 준비돼 있다. 지금은 간단한 애니메이션만 볼 수 있는 "애니스토리"에는 앞으로 더 많은동화애니메이션을 올릴 계획이다. 이들의 이런 노력은 지난 6월에 열린 "99 경기벤처 박람회"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투자유치로 이어지진 못했다. 상업성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이드림디자인은 사업의 성공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단순히 잘 팔리는 상품이 아닌 동화애니메이션의 스테디셀러를 만드는게 목표라는 것. 하루에도 수십개의 벤처기업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치열한 경쟁속에서도 사업성에만 집착하지 않겠다는게 이들의 소신이다. 마침 센터 부설 유치원에 다니는 이미희 사장의 딸 김서현(6)양이 엄마를 찾아 왔다. 서현양을 반기는 데이드림디자인 가족들의 모습에서 따스하지만 강한 어떤힘이 느껴졌다. "모성애"라는 것일까. "날마다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꿈을 디자인하겠다"는 이들의 도전이 말 그대로 "데이드림(백일몽)"만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0331)285-5095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