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의심되는 재정긴축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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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 기획예산처장관은 지난 1일 내년 예산편성안을 발표하면서 "편성의 무게중심은 재정적자를 줄이는데 뒀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내년 예산 증가율은 90년대 이후 가장 낮은 5%대.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3.5%로 지난해보다 0.5% 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당초 2006년으로 잡았던 균형재정 회복시기도 2004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예산당국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년 증가율 5%는 올해 2차 추경예산(88조5천억원)에 비교한 수치다. 올해 본예산(84조9천억원)에 비해선 9.5%나 늘어난 규모다. 공무원 처우개선도 마찬가지. 내년 기본급을 3% 인상하고 가계지원비를 올해 1백25%에서 2백50%로 늘려 지급키로 했다. 여기에 내년 예비비에 3천6백억원을 추가로 배정했다. 내년 민간중견기업의 임금상승률에 따라 하반기중 공무원 봉급을 3%까지 더 얹어 최고 9.7%까지 올릴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셈이다. IMF사태 이전에 비해 겨우 3% 정도 오르는 수준이라지만 공무원이 민간기업의 임금상승을 주도한다는 지적은 벌써부터 나온다. 뿐만 아니다. 서민에 대한 지원보따리도 큼지막하다. 대구 섬유산업, 부산 신발산업, 광주 광산업, 경남 기계산업등 지방지원 예산도 한두푼이 아니다. 모든 지역과 계층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예산의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2일부터 시작하는 당정협의와 10월 국회심의에서 씀씀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재정은 "마지막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금융구조조정에 64조원을 쏟아붇고 경기활성화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것도건실한 재정이 뒷받침한 덕택이었다. 그러나 일단 구멍뚫린 재정은 다시 메우기 어렵다. "세입내 세출"이란 원칙이 깨진 만큼 방만하게 운영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적자재정을 탈출하는데 3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영국도 90년부터 지금껏 적자상태다. 그만큼 재정적자는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푼의 세금이라도 선심성 사업에 흐르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앞선다. 기우는 말그대로 "쓸데없는 걱정"으로 끝나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