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모임] '광화문 클럽'..김대준 <세광물산 해외영업팀장>

우리모임은 65년생으로 광화문 근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로 구성됐다. 80년대 중반 민주화시대에 어떤 친구는 학문을 하다가, 어떤 친구는 현실사회 참여를 하다가 군대에 들어가 알게 되었다. 전역후 서로 잊고 지내다 어느해 광화문근처에서 우연히 한 두명씩 만나 출범한 것이 "광화문클럽"이다.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회원 모두 광화문근처에 직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화문클럽"은 매달 정기모임을 갖는다. 만나면 각자 자기분야에서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털어 놓으며 세상 돌아가는상황을 정리하며 우정을 돈독히 해 왔다. 회원들은 경조사가 있을 때 마치 자기 일처럼 나서 거든다. 또 기쁜일은 서로 나눔으로써 두배로 늘리고, 슬픈일은 나눔으로써 반으로 줄인다. 그리고 "남편들만의 잔치"에 그치지 않게 1년 한, 두차례 가족동반 모임을 갖는다. 겨울에는 스키장, 봄에는 1박2일 야유회를 갖는다. 이러다 보니 부인들끼리도 마치 친척처럼 친해져 경조사를 함께 한다. 우리 모임이 "노는 것"에만 열중하는 건 아니다. IMF를 예측한 스티브 마빈의 책을 갖고 난상 토론을 하며 반성의 계기로 삼았던 일, 또 화제가 됐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의 이야기"를 놓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매년 가을이면 가족들과 함께 우리가 후원하고 있는 영아원에 가서 1일 자원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IMF가 있었던 작년 회원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실직 한 친구, 유학 간 친구, 외국에 파견나간 친구, 전직 한 친구 등등... 하지만 그런 일들이 우리들 우정에 금이 가게 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우리 회원중 광화문 근처에 근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더라도 모임 이름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또 작은 규모지만 우리들 사무실도 마련할 계획이다.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조언해 주는 우정이 지속되는 한 우리 모임은 영원할 것이다. 광화문에서 출발한 "386세대 본당"들인 우리 "광화문클럽"의 미래 종착역은 어디일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