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필립 장티극단 '미궁' .. 유년의 꿈속 이미지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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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19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필립 장티의 "미궁"(Dedale)은 잘 어울린 체임버오케스트라의 선율을 연상시켰다. 8명의 연기자가 이어간 물 흐르는 듯한 연기는 무대와 객석의 빈 공간 마저 "오색환상"으로 채색하기에 충분했다. "미궁"은 필립 장티극단이 97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했던 작품. 이번 서울연극제 해외초청작으로 5년만에 국내팬을 다시 찾았다. "미궁"의 주제는 "어린시절의 악몽". 필립 장티가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유년의 환상과 꿈을 인형극과 마임의 형태로 담아냈다. 꿈속에서 현실로 향하는 출구를 찾아 헤매이는 한 남자를 통해 세기말 현대인의 심리를 풀어낸 필립 장티의 "꿈의 해석"이다. 무대가 열리면 별이 총총이 빛나는 밤하늘이 펼쳐지고 우주선이 무대위를 가르는 꿈의 여행이 시작된다. 하늘은 일순간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로 돌변한다. 그속에는 온갖 꿈들이 난무한다. 관객의 시각을 자극하는 현란한 조명과 무대장치를 통해 꿈속 이미지의 연결을 꾀한다. 필립 장티는 극속에서 논리적인 연결고리를 철저히 배제했다. 때문에 꿈을 해석하려는 관객은 내용을 이해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유년시절 바닥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악몽을 꿔본 경험이 있다면 눈에 와닿는 시각적 이미지가 생소하지 않을것 같다. 각자의 내면에 자리한 "환영"에 따른 상이한 이미지의 잔영이 뇌리를 파고든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의 초연 이후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의 연기는 군더더기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매끄럽다. 인형극 형식을 조화시켜 풀어낸 절제된 몸짓은 특히 유쾌한 웃음까지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