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이동전화 요금 .. 오미영 <영인터미디어 사장>

오미영 매달 어김없이 도착하는 청구서가 한두 가지가 아니건만 전화요금만큼 못 말리는(?) 것도 따로 없다. 집이든 회사든 가릴 것 없이 지난해보다 올해, 지난달보다 이번 달, 이런 식으로 납부해야할 금액이 나날이 늘어 가기 때문이다. 정보화시대요 통신시대인 마당에 전화사용을 무턱대고 제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면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이 되어 요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다. 하루는 작심을 하고 몇달치 전화요금 청구서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요금발생의 용의자로 처음부터 통신과 이동전화를 지목한 바였지만 내역을 보니 이동전화에 건 요금이 심상치 않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액수인데다가 상향 곡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무선전화 가입자 숫자가 유선전화 가입자 숫자를 넘어섰다더니,과연 실감나는 일이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추세라는 것도 있는데 굳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이동전화는 이용료가 비싸니 쓰지 말자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꼭 필요한 사용인가 하는 부분이다. 자세히 보면 이동전화에 거는 용건이란 것도 그다지 다급하지 않은 일인 경우가 많다. 가령, "지금 어디 계시죠?" "엘리베이터 타고 막 올라가는 참이어요" 하는 것처럼 조금만 기다리면 될 일에 공연히 조급증을 내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부재중인 사람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기다리는 진득함이 사라진지 오래다. 뭐 그리 사활이 걸린 일도 아니건만 기어이 이동전화 번호를 알아내 직접 목소리를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눈치들이다. 또 있다. 이동전화가 있으니 나중에 연락하면 된다고, 약속 장소 따위를 허술하게 가르쳐주어서 쓸데없는 통화를 유발하는 일도 그중의 하나다. 소음공해 운운하며 최근 이동전화 예절에 대한 관심은 한결 높아졌지만 정작 이용료와 관련한 경제관념을 일깨우는 사람은 드물다. 역시 돈 얘기는 점잖지 못하다는 편견 때문일까. 내가 지불하지 않는 한 "전화요금쯤이야"하고 가볍게 생각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당장 공중전화로 달려가 이동전화를 연결해볼 일이다. 그리고 무섭게 떨어지는 동전을 헤아리며 피부로 느낄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