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밤 항구'

부끄럼 많은 보석 장사 아가씨 어줌 속에 숨어서야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그의 보석 바구니를 살그머니 뒤집니다. 김기림(1908~?) 시집 ''바다와 나비'' 에서----------------------------------------------------------------------- 가령 지금 부산이나 목포의 밤 항구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부두에 정박해 있는 배와 거리의 붉고 노란 불빛이 휘황할 것이다. 그것을 시인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의 보석에 비유한다. 굳이 동양이 아니라 서양의 보석을 동원한 것은 그래야만 항구가 가지고 있는 이국정서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석 장사 아가씨와 보석 바구니의 동원은 독자들에게 이 시와 직접 관계없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한 토막을 연상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