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깊이읽기) '5백년 고려사'.."고려의 다원성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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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한국 역사학은 식민사학과 민족사학의 대립과 극복 과정이었다.그러나 현재의 지역간. 계층간 갈등을 아우르는 사회통합과 남과 북을 하나로묶는 민족통합의 과제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역사학 역시 과거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역사학 수립에 관심을 가져온 박종기교수가 30년간에 걸친 고려사 연구성과를 토대로 "5백년 고려사"(푸른역사,1만원)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박교수는 "제3의 역사는 현재와 담을 쌓고 죽은 과거에만 집착하는게 아니라 현재와 연결돼 살아 움직이는 과거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고려는 오늘의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보는 고려사회는 조선왕조의 일원적인 사회와는 다른 다원적인 사회다. 다양성과 통일성, 개방성과 역동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회다. 일개 지방세력에 불과했던 고려왕조가 실질적인 통일왕조를 이룩하고 무인쿠데타와 농민항쟁, 거란과 원 등 외세의 칩입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통합력을 복원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다원적인 사회에서 우러나오는 유연성과 탄력성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고려의 역사는 사회통합과 민족통일이라는 한국 사회의 당면과제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고려역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박교수는 주장한다. 그는 또 지금까지 역사학계는 조선왕조가 한국 전통문화의 전부인 것처럼여겨왔다고 비판한다. 박교수는 5백여년간 지속된 고려왕조도 조선의 역사에 견줄 수 있을 만큼의 폭과 깊이를 가졌다고 강조하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해줄 변변한 사극이나 역사소설조차 없어 그간 고려왕조는 베일 속에 갇혀 잊혀진 왕조로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박교수는 "고려사를 다뤘던 기존의 역사서들은 전문가 중심의 어려운 한자어투성이었다"며 "이 때문에 일반인의 관심이나 흥미를 끄는 것은 고사하고 학계의 연구성과마저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사실을 감안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듯이 고려사를 풀어쓴 점이 돋보인다. 고려왕조의 역사적 사건을 통일신라 및 조선왕조의 사건과 비교 서술해 고려사회의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배려한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