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중산층 경제의식 조사 : '조사결과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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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욱 IMF 체제는 우리들의 일상의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은행 퇴출을 바라보면서 은행이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동산 가격은 오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폭락한다는 사실도 경험으로 배웠다. 이러한 경험은 좋은 교훈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과거에 비해 사회 구성원의 상대적인 박탈감도 심화시켰다.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35돌을 맞아 벌인 중산층 경제의식 조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스로를 중류층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38.4%로 대폭 감소한 반면 하류층이라고 인식한 사람은 60%를 넘어섰다. 국민들의 귀속의식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IMF 체제를 겪으면서 빈부격차가 심화된 것이 현실이다. 그 현실이 계층의식에 반영돼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현실의 변화보다 의식의 변화가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계층의식 몰락은 경제.사회적인 안정을 해치고 성장을 저해하는 뇌관이 된다.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선 사회통합력이 제고돼야 하는 만큼 현재와 같은 계층의식 몰락현상을 방치할 경우 경제의 구조개혁 및 재도약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결과를 계층의식의 거품제거로도 해석할 수 있다. IMF체제 이전엔 소속계층 의식에 거품 현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소위 "중산층 인플레"다. IMF 체제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객관적 처지에 좀 더 가까운 계층귀속의식을 갖게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50~60년대의 어려웠던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지 않는다. 비교대상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했던 IMF체제 직전 상황이다. 실제로 IMF체제 이전 상황에 비해 개인적으로 경제적 소득이 줄고, 여러 가지 형태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 어려움을 절대적인 잣대로 평가하기 보다는 IMF체제 직전 상황과 비교한상대적인 잣대로 느낀다는 점도 이번 결과에 한몫하고 있다. IMF 체제이후 많은 언론기관에서 중산층 혹은 중간층의 위기를 강조해 왔다. 중산층은 경제.사회발전의 중추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도 중산층 살리기 정책을 내놓기에 바빴다. 그러나 현실은 중산층의 위기보다도 빈곤층 혹은 근로자층의 위기가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 정부 정책이 더욱 절실한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