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코너] '시간은 돈이다'

"시간은 곧 돈이다" 정부가 대우사태와 "부실투신"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이 말이 점점 현실화되는 느낌이다.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인 이들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법제시가 지연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말 표면화된 대우사태는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사이 종합주가지수는 20% 이상 하락했고 채권시장은 사자세력의 실종으로 2개월 가까이 마비상태에 빠졌었다. 20조원의 안정기금으로 이제 겨우 빈사상태에선 헤어났지만 아직 자생력을 회복한 것은 아니다. 이런 금융시장 불안의 핵심에는 대우채와 투신의 부실에 따른 수익증권 대량환매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도 이 점을 알고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우채에 대한 95%까지의 지급 보장과 공적자금 카드가 그것이다. 대우채 손실분담 비율은 증권 투신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지급 능력이 부족할 경우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돈을 돌려줄테니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정부의 대책은 명분 축적을 위한 시간낭비라고 보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없이는 투신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업계의 사활이 걸린 손실분담 문제도 업계자율로 해결될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고 보고 있다. 물론 할 수만 있다면 업계자율로 손실분담 문제를 해결하고 공적자금 투입없이 투신문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해법은 정부가 95%까지 지급을 보장한 순간 이미 포기된 것으로 봐야 한다. 결정 자체가 업계의 지급보장 의사나 능력과 무관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투자자 책임원칙을 포기하고 손실의 사회화를 택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명분 축적만을 위해 더이상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그러고 있는 사이 투신부실은 점점 깊어진다. 투입해야 할 공적자금 규모는 늘어나고 채권시장 마비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증가할 뿐이다. 정부는 시장과 시간싸움에서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우채 손실분담 원칙과 투신사 대책을 조기에 확정하는 것외에다른 대안은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