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발암물질 56종..'담배연기 유해성 어느정도인가'

국내 최초로 제기된 담배소송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장기간 흡연으로 암에 걸렸다는 폐암환자측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손잡고 국가와 한국담배인삼공사에 1억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담배인삼공사측 변호인은 사전에 위험을 알리고 정당하게 판매했기 때문에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폐암환자측은 담배의 유해성을 집중 부각하고 담배인삼공사측은 법적인 책임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담배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전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등이 간접흡연자를 대신한 새로운 소송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의회는 국내 시판중인 미국과 일본산 담배의 제조업체들도 제소할 방침이어서 담배소송은 "세계대전"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21일 열린 담배세미나에서는 연기에 포함된 다이옥신이 성능력을떨어뜨린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받았다. 더 나아가 내분비계를 혼란에 빠뜨려 각종 성인병을 유발한다고 지적됐다. 담배연기는 왜 생기고 어떤 유해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담배연기는 왜 생길까 =담배가 불완전 연소되면서 발생한다. 원래 잘 타지 않는 담배잎 성분과 충분치 못한 산소공급, 담배내 부분적인온도차이 등이 불완전 연소의 원인이다. 담배연기는 기체에 액체와 미세한 입자가 섞여 있는 일종의 연무질(aerosol). 질소(59%) 산소(13.4%) 이산화탄소(13.5%) 일산화탄소(3.2%) 등이 주성분이다. 미량의 알코올 알데히드 케톤 등도 함유돼 있다. 타르와 같이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발암성을 포함한 입자성 물질은약 8%이다. 즉 92%의 기체와 8%의 고체 및 액체 성분이 합쳐져 담배연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담배연기내 유해물질 =담배를 피울 때 입으로 빨아들이는 연기(주류연)속에는 약 10만종이 넘는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중 약 4천여종이 총량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발암물질로는 44종의 단일 화학물질 외에 12가지 화합물이 확인됐다. 그러나 날로 필터의 성능과 타르 등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 향상돼 주류연으로 인한 위험은 조금씩 줄고 있다. 그러나 흡연중 주위로 퍼지는 연기(부류연)로 인한 간접흡연의 피해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간접흡연이 직접흡연보다 피해가 크다는 주장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담배와 다이옥신 =다이옥신은 올 여름 유럽산 돼지고기와 과자 등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던 화학물질. 일단 몸에 들어오면 체지방에 축적돼 내분비계장애물질(환경호르몬)로작용한다. 남성의 정자수를 감소시키고 생식기를 변형시키면서 기능까지 약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성에게는 착상률 감소와 유산율 증가 등을 초래, 임신과 출산능력을 크게낮춘다. 담배 1개비를 피울때 흡연자가 들이마시는 다이옥신은 약 1pg(1조분의 1g). 주위로 퍼지는 부류연에는 다이옥신이 약 2pg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20개비 담배 한갑을 피웠을 때 흡연자는 다이옥신 18pg을, 주위 사람은약 39pg을 들이마실수 있다. 그런데 이 수치는 다이옥신중 폴리클로로디벤조다이옥신(PCDDs)만을 조사한것. 또다른 다이옥신인 폴리클로로디벤조퓨란(PCDFs)까지 합칠 경우 흡연으로 인한 유해성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사람의 하루 다이옥신 섭취허용량은 체중 1kg당 1~4pg. 이에따라 체중 60kg인 사람이 하루 담배 한갑을 피울때 흡연으로만 하루 허용량의 3분의 1 가까운 다이옥신을 섭취하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이효민 보건연구관은 "음식이나 대기를 통해서도 다이옥신이 몸안으로 들어오므로 담배로 인한 다이옥신 추가 섭취는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94년에는 체내로 흡수되는 다이옥신중 공기를 통한 것은 1.86%, 물은 0.01%, 유제품은 2.06%이나 흡연은 16.81%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관은 또 "부친의 흡연이 자손의 선천성 기형과 뇌암 등과 관계가 있다"며 "하루 1갑 이상 담배를 피울 경우 정자내 카드뮴 농도가 상당히 증가한다는 사실도 보고됐다"고 밝혔다. 흡연은 자신의 건강도 헤칠 뿐 아니라 자손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 니코틴의 중독성 ] 우리나라 사람은 1년에 약 1천억 개비의 담배를 피운다. 지난 45년의 1백23억8천만 개비와 비교할 때 8배이상에 달한다. 같은 기간동안 인구가 1.5배정도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흡연인구가 폭증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흡연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의 심리적 안정효과때문. 한번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니코틴의 중독성으로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흡연인구 증가에 한몫했다. 니코틴은 담배 1개비에 10mg 정도 들어 있는데 이중 1~3mg이 체내로 흡수된다. 흡수된 니코틴은 혈류를 통해 심장을 거쳐 뇌로 이동된다. 걸리는 시간은 단 7초. 담배를 피우자마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바로 이 니코틴의 흡수율이 높아지면 담배의 중독성이 증가하게 된다. 이 점을 주목한 외국 담배회사들은 지금도 니코틴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신동천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외국 담배회사들이 니코틴의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연기의 산성도(pH)와 혼합물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고 밝혔다. 담배연기의 pH가 증가하면 니코틴이 몸에 흡수가 잘되는 산염의 형태로 바뀌게 된다. 실제로 pH가 6.5~7.0 사이일 때 담배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했다. 일부 담배회사들은 연기의 pH를 높이기 위해 담배에 pH가 높은 염기성 물질인 암모니아 혼합물을 섞었다. 신 교수는 "미국 필립모리스가 60년대 중반부터 담배맛을 향상시키기 위해암모니아를 섰었다""며 "이로인해 니코틴의 중독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잎담배나 담배원료혼합물에 포함된 설탕의 양을 줄이면 니코틴의체내 흡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