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브랜드] 명품디자인 : 토털패션 중심에 핸드백 있다

패션소품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90년대 패션계 동향중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몇년전만 해도 옷의 보조역할 정도로 끝났던 액세서리가 이제는 패션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옷을 잘 입느냐, 못 입느냐가 액세서리를 잘 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질 정도다. 핸드백은 구두와 함께 옷만큼이나 귀중한 존재가 됐다. 계절마다 디자인의 변화도 많고 옷보다 트렌드가 앞서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핸드백 시리즈들이 있다. 물론 유행경향에 따라 디자인이 조금씩 변하지만 큰 줄거리는 바뀌지 않았다. 때문에 유명 핸드백 시리즈들은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세계 여성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크리스찬 디올의 빼를르 라인이 그 대표적인 예다. 1950년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은 윈저 공작 부인을 위해 빼를르 백을 디자인했다. 윈저 공작 부인인 월리스는 당시 유럽 사교계에서 가장 우아하고 세련된 여성중 하나로 불렸으며 디올 마니아로도 유명했다. 구슬 손잡이와 주머니 모양의 몸체가 특이한 빼를르 백은 윈저 공작 부인의 심플한 의상과 조화를 이룬 모습이 여러 지상에 공개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누렸다. 90년대 중반 이 브랜드의 수석디자이너로 임명된 존 갈리아노는 오리지널 빼를르 백에서 영감을 얻어 다양한 가방을 만들어 냈다. 빼를르 윈저, 빼를르 시티, 맬리스가 그것이다. 윈저는 특유의 구슬손잡이는 그대로 둔 채 보다 납작해지고 동양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게 특징이다. 기네스 팰트로 등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이 들고 다녀 화제가 된 빼를르 시티는 현대적이고 견고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다. 측면에 붙여진 반원 모양의 디올 로고가 인상적이며 흔히 쓰이는 박음질이 아닌 구두를 제작할 때 쓰이는 몰딩처리 기법이 이용됐다. 맬리스(쁘띠 빼를르라고도 불린다)는 이번 겨울 신제품이다. 옆으로 기다란 모양을 한 버킷 스타일의 이 백은 기능성과 패션성을 겸비한 히트상품으로 꼽힌다. 루이비통은 1860년대에 처음 나온 직육면체 트렁크와 1930년대에 나온 모노그램 노에 백 등 상당수의 제품을 아직 그 모델 그대로 제작하고 있다. 또 1986년 검정 빨강 노랑 파랑 초록 갈색 등의 세련된 원색의 에피라인을,93년에는 여행이 잦은 비즈니스맨을 위한 타이가 에피라인을, 97년에는 타이가 아카주라인을 내놓았다. 모노그램 캔버스 탄생 1백주년을 맞은 96년에는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오리지널 모노그램을 사용해 7개의 특별한 작품을 디자인했다. 또 다미에 체크무늬 캔버스를 리바이벌해 새로운 제품라인으로 확보했다. 에르메스 켈리백의 탄생 배경은 18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사냥 나갈때 기수들이 사용하던 백으로 새들 캐리어라고 불렸다. 1930년께 여성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아주 작은 크기로 만들어지면서 쁘띠 삭 오뜨(불어로 키가 작은 백이라는 뜻)가 태어나게 되었다. 1956년 영화배우에서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가리기 위해 커다란 사이즈의 빨간색 악어가죽 백을 든 것이 사진에 찍혀 라이프 잡지의 표지에 실리게 됐다. 이때부터 이 핸드백은 켈리 백으로 불리게 됐다. 켈리백은 세월에 지나면서 색상과 크기를 달리한 다양한 디자인이 선보였지만 가방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장인 한 명이 18시간을 꼬박 매달린다는 정성된 제작과정만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백을 손으로 들고 다녀야 하고, 그것을 잃어버리는 것에 지쳤다.그래서 나는 백을 어깨에 멜 수 있도록 가는 끈을 덧붙였다" 디자이너 샤넬은 현대적이고 기능적인 가방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 가장 큰 성과가 1955년 2월 만들어낸 2.55마뜰라쎄 핸드백이다. 이 백의 큰 뚜껑에는 팁을 내기 위해 약간씩 떼어놓는 돈 등을 감출 수 있는비밀포켓이 안쪽에 있고 안쪽 뚜껑에는 립스틱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따로있다. 또 금색과 검은색 꼬임이 절묘한 체인끈이 달렸다. 2.55 핸드백은 98년 미래적인 디자인의 2005 핸드백으로 다시 태어났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