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46국중 43위는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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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 보고서가 "한국 은행들은 지난 2년동안 급진적인 변화를 겪었지만 또다른 충격을 견뎌낼만큼 충분한 개혁이 진행되지는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한국의 금융부문 국제경쟁력이 세계 46개 주요국들 가운데 43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과연 타당하냐는 문제를 시비하기 보다는 금융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점을 경청해야 한다고 본다. 이 보고서가 작성될 당시에 비해 국내금융 상황이 상당부분 변한 것은 사실이다. 무디스사가 지적한 두가지 과제중 제일은행 매각은 뉴브리지측과 이미 합의했고 대우그룹 문제도 지난주에 워크아웃 계획을 발표했다. 그결과 지금 무디스사 관계자들이 방한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은행들의 수익성과 전문성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과 은행의 책임경영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두가지 지적은 귀담아 들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은행들이 예대마진이나 수수료수입만으로 자본금을 확충하기에는 힘에 부친다는 점은 최근 한국은행도 지적한 대목이다. 국내금리가 선진국에 비해 높은데도 국내은행 사정이 어려운 배경은 이자를 못받는 무수익자산이 많고 자금조달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신심사위원회 도입 등 대출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인사이동 때문에 전문가를 키울 수 없다"는 약점 때문에 부실채권 예방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즉 겉모습은 꽤 변했지만 속은 아직도 부실하다는 평가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수익중심 경영전략과 재무구조 개선노력이 요구되는데 그러자면 책임경영 보장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제대로 민영화하느냐는 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물론 정부도 공적 자금투입으로 사실상 국유화된 시중은행들을 중장기적으로민영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이 제시되지 않아 아쉽게 생각한다. 또한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면 외국은행의 지분참여가 필요하다는 무디스사의 주장도 오랜 관치금융의 관행이 지금도 상당부분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시장자율을 확립시키기 위한 차선책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외국은행의 참여가 국내은행의 경쟁력강화, 나아가 국익에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반론도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먼저 민간기업의 은행경영 참여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