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롭게 각광받는 '환경공학' .. 이수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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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갑 "환경보호" 물결이 지구촌에 흐르고 있다. 이는 새천년을 앞두고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선 정부부처 내부에서 환경담당부서의 지위가 격상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수많은 민간 환경보호단체가 태어나고 그들은 주민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또한 자본주의의 리더격인 경제관련부서 및 산업체에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환경보호요구에 적잖이 당혹해 하고 있는 게 현실로 보인다. 환경론자들은 "지구인구의 20%가 자원의 80%를 점유하고 자연을 산업연료의 공급지이자 폐기물의 처리장소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환경론자들은 이에 맞서 "환경론자야말로 지구인구 80%에 해당하는 인구의생활향상을 가로막는 20%의 기득권자들의 대변자"라고 항변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미국 MIT대 레스터 서로 교수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타임지에 의해 "미래를 이끌어갈 2백인의 지도자"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한 그는 최근의 저서 "지식의 지배(Building Wealth)"에서 "경제개발과 환경보호는 반의어가 아니라 동의어"라고 주장했다. 성장은 환경보호의 적이 아니며,오히려 환경개선을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수반한 성장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한 것이다. 이 말은 보통의 대다수 국민이 믿고 있는 "경제개발에 의한 환경파괴"라는 공식을 뒤집는 궤변으로 들리기 쉽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많이 찾아볼수 있다. 그 증거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바로 환경기술분야이다. 20세기의 마지막인 올해를 시작하면서 스탠퍼드 경제연구소 및 미쓰비시 경제연구소는 21세기를 주도할 주력 산업분야의 하나로 환경관련산업을 꼽았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했던 무한 개발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지구촌 전체의 합의에 따라 환경보전을 위한 여러 규제 내지 규약이 제정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규약은 환경을 보전하며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또다른 신기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오염 및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에 따라 지구촌은 이산화탄소(CO2)를 줄이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풍력발전 태양광 소수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수질 및 폐기물 분야도 최근에 미생물을 이용하거나 작은 규모의 소각로를 활용하고 있다. 소음관련기술은 국가의 국민총생산(GNP)이 최소 1만달러이상은 돼야 관심을 끄는 소위 선진국형 연구테마이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조용한 환경을 그리워하고 있다. 환경관련 민사소송의 80% 이상이 소음관련 민원일 정도다. 항공기소음 고속전철소음 등과 같이 넓은 지역의 주민이 관련되는 경우부터 공사장 도로소음등의 소수주민의 이해가 관련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소음 문제는 비단 사회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나아가 우리가 생산하는 상품의 경쟁력과 직결돼 경제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생활의 일부가 돼버린 일반 가전제품부터 자동차, 심지어 헬리콥터에 이르기까지 선진국에서는 저소음이 마케팅의 초점이 된 지 오래다. 소음은 제품의 "질"을 나타내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용 기계의 경우에도 소음도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제품의 소음을 문제시하는 선진국들에 의해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사회안보 및 국방측면에서도 환경측면에서 개발된 저소음기술은 응용될수 있다. 가까운 예로 한국 해군이 주력하고 있는 잠수함의 경우 심해에서의 유일한 탐지/피탐지 경로인 수중 소음을 줄이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기술이다. 환경관련공학은 21세기 첨단산업기술의 최전방에 위치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기술개발은 곧 환경파괴라는 공식에 익숙해져 있어 과학기술의 진보에 회의를 갖는 많은 대중들에게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사할수 있는 학문분야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과도한 개발이 없었다면 소음을 포함한 환경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이렇게 믿는 사람들에겐 다음과 같은 사실을 전해주고 싶다. 현재 소음공학계에서는 심리음향학이라는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굉음과 숙련된 피아니스트의 아름다운 연주가 모두 소리의 일종이라면, 우리가 듣기 싫어하는 소음을 더욱 받아들이기 쉬운 소리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연구이다. 이 예는 과학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환경문제의 정의 자체도 변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서로 교수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 필자 약력 =서울대 공대 항공우주공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공학박사 미국 NASA 선임연구위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