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겨울날'

물 속에 불을 피운다 강가에 나가 나뭇가지를 주워 물 속에 불을 피운다 물 속이 추운 물고기들이 몰려와 불을 쬔다 멀리서 추운 겨울을 보내는 솔씨 하나 날아와 불을 쬔다 길가에 돌부처가 혼자 웃는다 정호승(1950~)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에서 ----------------------------------------------------------------------- 물 속에 불을 피우니 물고기들이 몰려와 불을 쬐고 솔씨 하나가 날아와 불을 쬔다니, 얼마나 곱고 아름다운 생각인가. 시는 한마디로 삿됨이 없는 생각이라고 공자는 "시경"에서 말했지만, 이렇게티없이 맑고 깨끗한 어린애 같은 생각이 정호승 시의 힘이다. 물고기들이 불을 쬐고 솔씨가 날아와 불을 쬐는 것을 보고 혼자 웃는 것이어찌 길가의 돌부처뿐이랴.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