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역사'

누가 그때 그날 모른다 할 수 있으랴. 누가 그때 그날 아니다 할 수 있으랴. 누가 그때 그날 지난 일이라 할 수 있으랴. 밤새도록 기차를 타고 내려와서 눈 비비며 내 어린 시절 마을과 골목 어루만져도 내 사랑 어느 별나라로 사라졌을 뿐, 눈 부릅뜬 사람들 더 많아졌을 뿐, 이성부(1942~) 시집 "빈 산 뒤에 두고" 에서----------------------------------------------------------------------- 시는 본질적으로 절규적 성질을 갖고 있다. 나를 사람답게 살게 하지 못하는 조건이 있으면, 또 나를 억압하고 속박하는 환경이 있으면 소리를 지르는 것, 말하자면 이러한 속성이 시에 있다는소리다. 우리 시가 급속하게 감동을 잃고 있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절규적 성격을상실해 가는데 따른 것이 아닐까. 이 시의 날카롭고도 쇠된 절규는 일상 속에 풀어져 있던 우리의 오관을 팽팽하게 긴장시킨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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