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의료정보 보도 .. 조우신 <정형외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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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신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언론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어느날부터 갑자기 특별한 치료방법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이 많아져 웬일인가 싶어 알아보면 며칠전 그 치료방법이 신문에 소개되거나 방송됐다는것이다. 필자가 신문에 기고하거나 방송에 출연하고 난 뒤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다.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지면이나시간의 할애가 많아져 거의 매일 건강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환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은 의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면에 적지않은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일부 학자에 의해 주장된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은 자칫 환자를 실험대상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의료정보의 언론보도는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의 속성상 진부한 이야기는 관심을 끌지 못하기에 늘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 또 같은 이야기라도 보다 쇼킹하게 다뤄야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에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어떤 방송은 특이치료법에 대한 환자의 경험을 전화로 받아서 사회자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그대로 흘려 보내고 있다. 치료가 안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만약 이로 인해 치료 시기가 늦어지고 또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그때가서 그대로 따라 한 사람의 잘못으로 돌리기엔 때 늦고 무책임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왜곡하거나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도 문제다.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편집과정에서 몇군데를 빼다보면 출연자 의도와는 다르게 보도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환자 끌어모으기에 이용된다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 출연 전후를 비교해 보면 병원과 의사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데 환자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 누가 누구를 이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위력이 크면 클수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