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 다시 짜자] 제4부 : (7) '미 경쟁전략 장점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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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선택"에 자원의 최적 배분을 맡기는 미국의 경쟁 전략은 외국 기업들을 앞다퉈 끌어들이는 효과까지 내고 있다. 지난해 외국기업들이 미국에 직접 투자한 규모는 2천1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97년(6백97억달러)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기업 국적을 아예 미국으로 바꾸는 해외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채널 원 등 한국의 10여개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이 이미 실리콘 밸리에 진출키로 한 것을 비롯해 일본에서는 노트북 PC업체인 소테크 등 수십개 업체가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거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동부를 관통하는 인터스테이트 95번 고속도로중 버지니아주 남단에서플로리다주 북단까지의 구간은 "아우토반(Autobahn)"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 일대에 수백개에 달하는 독일 기업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가 미국으로 옮겨가는 자국 기업들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렸을 정도다. 독일 기업들이 이처럼 미국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는 까닭은 미국내 환경이자국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독일에는 실업 비상이 걸렸다. 현재 실업률이 12%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의 3배 가까운 수준이다. 독일 기업들이 미국행 러시를 이루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각종 규제 때문이다. 높은 세율에서부터 연간 1백50일에 육박하는 유급 휴일 규정, 근로자에 대한 각종 복지 제공 의무 등 기업들의 "사업할 맛"을 잃게 하는 법규가 즐비하다. 각종 수당을 포함한 독일의 시간당 인건비는 31달러에 달한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독일 재계의 한 연구소는 연방 정부에 기업환경 개혁을 요구하는 보고서를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이러다간 나라 경제가 벼랑 끝으로까지 몰렸던 80년대 미국의 재판이 될게 분명하다. 독일 정부는 규제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로 활로를 찾은 미국의 국가 전략을 배워야 한다"는요지다. 실제로 미국은 정부의 유연한 노동정책과 규제 완화에 힘입어 최근 실질 인건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기업 환경이 한껏 개선됐다. 시간당 평균 임금이 18달러로 독일의 절반에 불과하다. 안목을 갖춘 미국 정부의 경쟁 전략은 자국 기업들의 회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외국 기업들을 흡인하는 부수적인 전과까지 안겨 주고 있는 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