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용택 국정원장 발언' 파문] 세밑정국 '대선자금'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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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97년 11월 정치자금법 개정이전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으로부터 돈을 전달 받았다는 천용택 국정원장의 발언으로 연말정국에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17일 대선자금의 규모와 사용처 등에 대한 김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며 천 원장의 발언을 정치공세의 호재로 삼고 있다. 18일 정기국회가 폐회됨에 따라 임시국회를 열어 대선자금문제를 본격적으로 따지겠다는 태세다.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15대 대통령선거 전에는 여야 할 것없이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별 일 아니다"고 파문을 축소시키려는 모습이다. 천 원장의 발언은 김 대통령이 정치자금법 개정이후 얼마나 깨끗한 정치를 했는지를 강조한 것이라는 해명도 내놓았다. 그러나 대선자금에 관한한 여야 모두 정치공세의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강하다. 한나라당이 "세풍사건"을 염두에 두고 여당의 역공세를 우려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선거자금문제는 정치권의 "아킬레스 건"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국민회의 =한화갑 국민회의 사무총장은 "천 원장의 발언은 사실을 밝혀 정치풍토 쇄신에 기여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이 과거 20억원 수수설부터 그런 의혹이 있을 때마다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국민앞에 밝혀왔으며 이번 발언도 이런 사실과 합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야당은 더이상 사실왜곡을 통해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는게 한 총장의 지적이다. 이영일 국민회의 대변인도 "97년이후 한나라당이 거액을 받은 것은 다 증명됐다"며 "(대선당시)큰 기업이 여당뿐아니라 야당에도 관심을 표명해 다소 경비를 보탰을 뿐 야당(한나라당)이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옷로비 언론문건 파문 등이 겨우 가라앉고 있는 상황속에서 또다시 정보기관의 총수로부터 "실수"가 터져 나오자 국민회의는 내심 허탈한 표정을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만섭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도 "옷사건도 그렇지만 측근에서 모시는 분들이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대통령에게 누를 끼쳐서야 되겠느냐"며 "보좌"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정치현안을 올해안에 말끔히 정리하고 내년부터 개각-신당창당-총선체제 구축으로 밀고 나가려던 일정 자체가 차질을 빚을 지도 모른다며 후유증을 우려했다. 한나라당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김대중대통령이 직접 정치자금의 수수내역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형근 의원을 미행했다는 점을 들어 천용택 국가정보원장의 사퇴권고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천 원장등 관련자의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이회창 총재는 천 원장 발언파문과 관련, "(이 문제는) 국정운영을 정도로 하지 않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권의 부도덕성 사례인 만큼 진실해명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하순봉 사무총장도 "언론사주로부터 받은 돈의 출처 규모 사용처에 대한 국민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대선자금 전반을 직접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또 국정원 직원들이 정 의원을 자발적으로 미행했다는 발언과 관련, 이를 국정원의 정치개입 및 사찰을 금지하고 있는 국정원법 위반행위라규정하고 관련자들의 파면 및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김문수 의원은 "새천년을 더럽히고 있는 대통령 주변을 청소해야 한다"며 천 원장뿐 아니라 임창열 경기지사, 유종근 전북지사,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김중권 전 청와대 비서실장등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대선자금 문제가 "세풍"등 "97년 대선자금 의혹사건" 전반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여권에서 벌써 우리만 받았느냐며 역공을 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역풍이 불 가능성에 대비한 신중한 대처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야당은 진상공개를 촉구하는 정도에 머물며 여권의 수습과정등을지켜본뒤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재오 이신범 김문수 등 3명의 의원은 18일 새벽 본회의가 끝난 직후천용택 국정원장의 파면 및 구속과 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철야농성을벌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