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변함없을 마카오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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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8시, 마카오 시내 문화센터에서는 반환식전 행사가 다채롭게 열리고 있었다. 중국 전통춤이 공연되고 축하의 불꽃들은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TV화면에 비친 장쩌민(강택민) 주석의 얼굴은 희망과 감회로 한껏 상기돼 있었다. 바로 그 시각 문화센터에서 2km남짓 떨어진 리스보아 카지노. 반환을 4시간 남겨둔 이 시각에도 장내는 갬블러들로 발붙일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이들에겐 마카오 반환은 "남의 일"이었다. 칩과 현금을 바꾸느라 여념이 없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마카오 반환일이라는사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카오 반환의 역사적인 밤은 이렇게 서로 상반된 두 장면을 연출했다. 카지노에서 만난 민씨 성의 한 홍콩인은 1주일에 이틀은 꼭 마카오에 들러 도박을 한다고 했다. 마카오 반환후에도 카지노사업이 번창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일국양제(1국2체제)가 있기에 카지노사업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기자가 인터뷰한 마카오 주민 누구도 일국양제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 97년7월1일 홍콩이 중국으로 넘어갈 때는 달랐다. 홍콩인들은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두려움과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들은 중국의 거듭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1국2체제에 반신반의했다.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홍콩반환에 앞서 많은 자금과 홍콩주민들이 미국과 캐나다로 탈출했다. 그러나 지금의 마카오는 2년전 홍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어제의 마카오 그대로다. 마카오의 이같은 안정은 중국의 1국2체제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카오인들은 지난 2년간의 홍콩을 통해 "반환후 50년동안은 기존 경제 사회체제를 유지하고 현지인이 통치한다"는 일국양제를 지켜봤다. 중국의 그늘에서도 홍콩사회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마카오 주민들은 중국반환이 가져다줄 경제 및 사회안정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한 나라 두 체제는 지난 81년 대만을 겨냥해 나온 개념이었다. 영국과 홍콩반환협상을 벌이면서 "일국양제"라는 단어로 굳어졌다. 일국양제의 첫 번째 대상이었던 대만은 이제 마지막 대상이 됐다. 아직은 중국을 멀리하고 있는 대만인들 역시 홍콩과 마카오를 통해 일국양제에 대해 마음을 열 수도 있다. 일국양제에는 세계 화교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라면 상반된 사회체제도 인정하겠다는 중국정부의 자신감이 배어있다. 이날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는 자신감에 차있는 중국정부의 품에 기꺼이 안겼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