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밝아지는 서울

파리의 밤은 아름답다. 샹제리제의 화려한 불빛과 센강의 은은한 밤그림자는 나그네의 마음을 뒤흔든다. 파리가 야간도시로 변한 건 1차대전 뒤인 1920년부터. 시당국은 개선문에 옥외조명시설을 갖춘데 이어 주요 건물과 다리 광장 공원에 붉을 밝혀 매혹적인 밤거리를 만들었다. 리용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조명예술작품으로 만들어 관광자원화한 경우다. 시조명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미셸 놔르시장은 89년부터 5년간 세계최고의 전문가를 동원해 1백50개 건물과 다리에 옥외조명등을 설치,세계적으로 소문난 "빛의 도시"를 탄생시켰다. 대도시치곤 너무 어둡다는 평을 들어온 서울의 밤거리가 마침내 환해질모양이다. 서울시가 내놓은 "서울의 야경개선및 새천년 빛밝히기" 계획을 보면 29일부터 가로등 격등제를 해제하고 조도를 높이는 한편 올림픽대교와 성수대교에불을 밝히리라 한다. 또 2001년까지 시내 19개 문화재시설에 야간점등을 실시하고 광화문~서울역구간과 테헤란로등 야간시범거리도 조성한다는 소식이다. 광복이후 서울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수차례 되풀이했다. 56년 생겨난 네온사인만 해도 77년초 석유파동때문에 전면금지됐다 부분해제와 규제가 반복됐었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야간조명의 중요성이 대두됐지만 건물이나 교량등 환경조명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된 건 최근이다. 93년 대전엑스포 한빛탑의 조명이 주목을 받으면서 97년부터 숭례문과 흥인문 광화문 국회의사당 세종문화회관등 문화재와 공공건물에 차례로 옥외조명시설이 갖춰지고 KBS본관 강남 포스코빌딩 등 대형빌딩의 야간조명도늘어났다. 도시엔 도시다운 분위기가 필요하다. 밤거리의 조명은 도시에 새로운 활기와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도시의 미는 요란한 외관에 있지 않다. 파리의 간판이나 공공사인은 크기 장소 색상까지 규제된다. 조명이란 적당히 밝되 눈부시지 않아야 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 못하는 밤 불빛은 또하나의 공해가 된다. 새천년 밝아지는 서울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에도 크고 환한 등 하나씩 밝혀지기를 기원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