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1800년말 회상..전하진 <한글과 컴퓨터 사장>

격동의 1999년이 이제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 짐작컨대 1800년대 말에도 새로운 20세기를 맞이하며 이와 같은 격동이 있었으리라. 우리 조상들은 전통을 지켜야한다는 일념에 외국의 새로운 문물에 저항했고,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미래를 예측하는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의논쟁은 계속됐을 것이다. 이미 그런 일들은 1세기전의 과거가 되어 우리에겐 역사책속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예전 조상들이 바라본 20세기는 우리가 맞이해야 할 미래,21세기보다 비교적 단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음세기의 우리 후대들이 바라본다면 아주 사소한 것을 갖고 혁명이니, 패러다임 변화니 하고 호들갑을 떠는 우리를 우습게 볼지 모른다. 과거를 돌이켜 현재를 바라보면 우리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혜를 준다. 이제 21세기에는 2천년전 예수께서 행한 기적같은 일이 일상이 될 것이다. 물고기 몇마리로 수천명에게 양식을 주셨던 그분이나 모든 네티즌들의 클릭을 모아 굶주린 아이를 돕는 기적을 행하는 인터넷 사이트처럼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되어 세상을 바꾸는 일도 일어날 것이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다음해를 기대할 땐 뭔가 예측할 수 있는 그림이 있었다. 하지만 초고속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은 다르다. 나의 시각이나 나의 지적 능력으로는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기 힘들다. 단 기적같은 변혁이 우리의 생활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이것이 어떤 속도로 우리의 지적활동을 자극하고 발전시킬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또 우리 모두는 이 변화에 적응하느냐,아니면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는 고립된 인간이 될 것이냐를 판단해야 한다. 인간의 지적 능력을 초월하는 거대한 지적타워가 존재하는 세상이 우리에게 더 윤택한 삶을 제공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역사를 우리가 써야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1800년 말을 잠시 돌이켜 보며 그때의 우리 조상들처럼 이 변혁에 머뭇거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차피 흘러가는 역사요,우리가 책임질 역사라면 보다 과감히 앞장서 우리가주도하고 볼 일 아니겠는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