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LOOK 2000] (9) 동북아시아 협력 : '전문가 제언'

김철수

뉴라운드를 출범시키기 위해 11월30부터 12월3일까지 시애틀에서 개최된
WTO(세계무역기구)각료회의가 무산됐다. 여기에는 세계화가 환경을 파괴하고 노동기준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는 NGO
(비정부사회단체)의 반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초 진통은 예상했지만 협상막바지에 가면 회원국들이 융통성을 발휘해
합의가 될 것으로 봤었다.

그러나 NGO의 반대가 심했고 회원국간 견해차도 컸다. 농산물 문제에서는 수출국과 수입국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반덤핑 협정 개정문제도 미국이 극력 반대해 불발됐다.

미국이 준비를 소홀하게 한 것 아닌가하는 평가도 있다.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문제를 뉴라운드보다 더 중요시해 중국과의 가입협상
에 모든 협상력을 투입했다.

또 노동기준과 관련, 미국 노동조합의 입장을 적극 옹호해 개발도상국들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있다.

앞으로 뉴라운드가 출범하려면 이런 주요이슈들이 해결돼야만 가능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난 후에야 뉴라운드가 출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선두주자인 앨 고어 부통령이 노동계와 환경 그룹의
지지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선거후 2001년중반에 가서야 뉴라운드가 출범되지 않겠느냐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뉴라운드 출범이 지연된다는 뜻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쌍무적 통상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

중국의 WTO가입은 다른 회원국입장에서 봐도 환영할 만하다.

관세가 떨어지고 비관세장벽도 완화되며 유통시장이 개방되는등 중국시장에
접근할수 있는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또 각종 제도가 보다 투명해지고 예측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제3시장에서의 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WTO가입은 중국이 미국시장 뿐만아니라 세계주요시장에서 최혜국
대우가 항구화된다는 뜻이다.

이제 중국에 대해 선진국이 마음대로 수입을 제한할수 없게 된다.

중국보다 한발 앞서나가는 제품개발이나 마케팅전략을 구상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세계무역질서 변화조짐과 함께 일어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현상은 지역무역주의의 강화다.

지난 95년 WTO 설립이후 약 50여개의 지역무역협정이 보고됐다.

미국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서 더 나아가 중남미를 포괄하는 FTAA
(범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을 추진중이다.

각국이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는 나라들과 더빠른 속도로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진행중이다.

최근 열린 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마닐라 회의에서도 아시아지역간
협력을 강화해야 하지않느냐는 논의가 있었다.

한국 중국 일본 지도자들은 연구기관을 통해 3국간 협력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이제는 한.중.일 3국이 어떤 형태로든지 경제통합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3국은 불행한 역사와 복잡한 외교안보상 제약요인이 있기 때문에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통적인 문화전통이 있고 경제가 상호보완적이다.

또 경제규모가 크며 성장잠재력도 있다.

세 나라가 어떤 형태로든지 합친다면 각국의 경제발전은 물론 세계경제에서
의 역할도 크게 높일수 있다.

3국의 경제규모는 7조달러로 세계경제의 4분의1을 차지한다.

수출은 홍콩을 합쳐 1조달러에 달한다.

인구는 14억명이다.

현재는 경제규모가 EU(유럽연합)나 NAFTA에 비해 다소 적다.

하지만 세 나라의 잠재력을 봤을때 EU나 NAFTA를 능가하는 경제규모를 갖게
될 것이다.

물론 한.중.일이 경쟁을 벌여 통합초기에는 여러가지 부작용과 긴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21세기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경제통합
이 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