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재일신용조합의 내분

통신판매로 시작된 "농협김치"돌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농협김치는 3월중순부터 일본최대통신기관인 NTT의 인터넷을 탄다. 조만간 우체국 선물용판매 단말기에도 이름이 오른다.

오는 14일부터는 이와테현의 일본생활협동조합에 공급된다.

조합원 1천9백만명, 매출 3조3천억엔에 이르는 일본최대유통망인 생협을
뚫는데 성공했다. 한국상품중 NTT와 우체국 생협등 거대네트워크를 공략한 것은 농협김치가
처음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달 24일부터는 도쿄도 농협식당에 공급되기 시작, 주 2~3차례 점심시간
때 농협김치를 내놓고 있다. 김치를 식단의 하나로 공인한 셈이다.

농협이 이처럼 독주하다가는 경쟁업체들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그러나 그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경쟁사들은 농협이 일본시장확대에 앞장서주기를 오히려 바라고 있다.

김치수출업체인 쌍용재팬은 농협에 아예 홈페이지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현지법인인 농협인터내셔널은 최근 농심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농협김치와 농심신라면을 일본에서 함께 팔자는 전략이다.

개척된 시장을 교두보로 활용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결과 한국식품을 함께 공급해주도록 요청하는 곳이 의외로 많았다고
농협측은 밝혔다.

"농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농협이 농심과 손잡으면 큰 일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는게 농협인터내셔널 전상호 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조적인 사례도 있다.

재일 한국계 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한 은행설립발표가 그것이다.

이들은 오는 2002년4월1일 시행되는 페이오프(파산금융기관의 예금원금을
1천만엔까지만 지급보증하는 제도)에 따라 상은 흥은등 한국계 신용조합들이
파산할 것에 대비, 건전한 은행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계 신용조합을 6개로 통합하겠다"고 결의한 후 2년이 넘도록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재일한국인 신용조합협회에 칼을 들이댔다.

문제는 현실성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은행설립에 필요한 돈과 인력을 확보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실금융기관정리에 주력하고 있는 일본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받기도
만만찮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금융기관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금은 한국계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농협의 사례는 좋은 귀감이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