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손님 안위보다 술값 챙기는 세태 씁쓸 .. 이건우

지난 18일 저녁 여의도에서 고교동창들을 만나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한 친구가 멕시코로 취업이민을 나가게 되어 송별회를 겸한 자리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먹은 일행은 자리를 옮겨 2차를 하게 됐다.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뭐야" "어떻게 된거야"하고 손님들이 소리를 지르는 그 때 종업원들이
문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어떤 사람이 "불이야"하고 소리를 질렀고 술집안은 갑자기 혼란
스러워 졌다.

문득 인천호프집 생각이 났다.

우리 일행은 깜깜한 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출구를 찾아 움직였다. 이윽고 술값을 계산하고 밖에 나와 보니 여의도 일대가 엉망이 되어 있었다.

나중에 지하공동구 화재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손님들에게 어떠한 위급한 상황이 빚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그 술집은
"술값을 제대로 받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였다. 물론 그 건물이 불난 것은 아니었지만 섬뜩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비상 상황이 벌어지면 돈보다 인명을 우선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닐까.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