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한국 대기업, 중소기업 탄압 '끝'

[ The Economist 본사독점전재 ]

한국의 대기업들은 그동안 중소기업들에 대해 폭군으로 군림해 왔다. 낮은 이자율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었던 대기업들은 핵심분야 이외의 사업에도 진출,중소기업들을 파산시키기 일쑤였다.

그러나 97년부터 몰아친 아시아 경제위기를 거치고 이어 불어닥친 인터넷혁명을 맞이하면서 한국의 기업환경은 점차 변모하고 있다.

신생업체들로 돈이 몰리면서 젊은 인재들의 벤처기업 선호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기존 기업의 마케팅기술과 신규 기업의 혁신정신을 결합한 신사업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들어 한국경기가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한국 국민들은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에 젖어 있다.

신규업체들의 성공과 더불어 한국은 노동시장을 비탄력적으로 만들었던 평생고용의 개념이 차츰 무너지고 있다. 이를 대신해 전직과 재택근무 개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경향에 따라 몇년 전만 해도 생각하기 힘들었던 대기업으로부터의 인재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수백명의 최고 기술자 및 금융전문가들이 3대 대기업(삼성 현대 LG)으로부터 신규 업체들로 이탈해 나갔다. 현대전자의 경우 인재유출을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 전체 직원의 7%인 1천5백여명의 관리자 및 연구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기로 했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13%가 현재 스톡옵션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이 비율은 6%였으며 98년에는 불과 1.3% 수준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한걸음 나아가 연구원들에게 그들이 개발한 기술로 회사가 올린 수익의 일부를 되돌려 주고 있다.

이 덕분에 지금까지 12명의 연구원들이 각각 9만달러 이상의 부가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한국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5천1백16개의 대기업중 약 18%가 이와 유사한 수익환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년전에는 이 비율이 4%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달에만 수백개의 벤처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보상만으로는 직원들의 충성심을 요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기업들은 인력난뿐만 아니라 자금압박도 받고 있다.

오는 2005년까지 4만여개의 신규 벤처기업들이 설립돼 이 기업들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특히 제조업체들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조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투명성과 사업의 수익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데이콤의 지분 56%를 취득한 LG그룹이 소액주주들로 하여금 3명의 감사중 2명,8명의 이사회 임원중 2명을 지명토록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의 발달은 대기업과 하청업체들간 관계개선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LG전자는 9백여개의 부품업체들과 본사를 연결하는 인터넷 구매시스템을 본격 가동해 1천5백억원의 비용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공급업체들에게 즉각적으로 대금을 지불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과거 대기업들은 만기가 1년이나 되는 어음을 지급해 왔지만 이런 관행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어음을 지급하는 대기업들의 비율은 73%였지만 올해는 이 비율이 65%로 줄어들었다.

현재 한국의 재벌들은 중소기업들을 더 이상 약탈의 대상이 아닌 협력과 제휴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신규 업체들에 두뇌와 제조 설비 및 유통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신생업체들은 대기업에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