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워크아웃 여신'] 자구노력은 뒷전 .. '모럴해저드 실태'

워크아웃 기업들이 경영실적 개선이나 자구노력에 힘쓰기보다는 채권단이 손실을 떠맡는 채무재조정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간 이후 워크아웃 기업들의 자구노력 강도가 떨어지고 일부에서는 경영자나 노조가 자기몫을 챙기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채권단은 지난 98년부터 시행된 워크아웃 초기에는 기업들이 출자전환이나 금리감면을 요청하는 금액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을 처음 도입할 당시만해도 기존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채권금융기관의 출자전환 요청금액을 줄이고 자산매각이나 경영개선 등 자구노력에 힘써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의 경영권이 어차피 채권단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채무부담이나 줄여 확실히 살아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1차 워크아웃 채무조정으로 경영권을 빼앗긴 이후 워크아웃 기업들의 채무재조정 요청이 봇물처럼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유가증권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한빛은행 관계자는 "자산매각이 어렵다는 이유로 재무구조 개선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일부 워크아웃 기업들도 자구노력을 통해 성과를 거두었기 보다는 영업환경의 호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워크아웃으로 자금사정이 좋아지면서 임금인상요구 등 노사갈등도 나타나고 있다.지난번 동아건설의 노사분규에서도 임금인상과 경영자퇴진이 주요 이슈였다.

일부 워크아웃 기업들의 경우 수익성을 높이기보다는 외상판매 할인판매 등 외형위주로 영업해 다른 정상기업들로부터 경쟁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