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이슈점검] (4) '로열티 협상'

정보통신부 손홍 정책국장 방에는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외국인들이 부쩍 드나든다.

퀄컴 에릭슨 노키아 등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에서 파견나온 사람들로 IMT-2000 기술관련 로비를 위해서이다. 손 국장의 표현대로라면 이들은 찾아올 때마다 매번 새로운 제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00보다는 로열티를 낮게 할테니 우리 기술이 한국업체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정통부가 도와달라"는게 핵심이다.

외국 업체들의 IMT-2000 기술공세가 강화되면서 국내 업계에 로열티협상 비상이 걸렸다. IMT-2000 사업자 선정 못지않게 로열티 협상은 업계 뿐 아니라 정부에도 "빅이슈"로 등장해 있다.

기술표준이 어느쪽으로 결정되는지에 관계없이 외국으로부터 핵심기술을 들여와야 하는 국내 현실에서는 엄청난 로열티 유출을 걱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외 업체들의 움직임 =현재 국내에 IMT-2000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는 외국 업체는 동기식 분야에서 퀄컴과 비동기 분야에서 에릭슨,노키아 등이다. 여기에 모토로라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까지 가세해 단말기 및 시스템 분야에서 동기.비동기 기술 공급을 동시에 제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에릭슨 노키아가 로열티 인하에 공동보조를 맞추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크게 유리해졌다.

세계 장비업체들이 IMT-2000 로열티 협상을 위해 공동 구성한 페이턴트 플랫폼(patent platform)에 에릭슨 노키아가 참여하면서 총액기준의 로열티를 5%미만으로 낮추기로 합의한 것.이들 업체가 로열티 인하에 쉽게 합의한 것은 "로열티가 낮더라도 국내에 장비 공급권을 따낼 경우 장비판매를 통한 수입이 훨씬 크기 때문"(정통부 손홍 국장)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로열티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퀄컴은 아직 이 플랫폼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다.

국내 업계 대응=아직은 구체적인 특허료 비율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 단계는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LG정보통신 윤두현 특허실장은 "로열티및 기술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해 원칙수준에서 얘기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업계는 그러나 협상의 이니셔티브(주도권)가 이미 "우리쪽"으로 넘어와 있다고 보고 있다.

에릭슨과 노키아가 로열티 인하에 합의한 데다 다른 외국 업체들도 로열티를 낮게 받더라도 자신들의 장비를 서로 공급하려는 상황이기 때문.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 업체들의 경우 서로 경쟁사보다는 낮게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로열티 협상에서 크게 불리한 상황이 아닌만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공동협상단을 구성해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정통부 입장 =기술표준에 대한 정부방침 발표를 가능한한 늦춰 업계의 로열티 협상을 간접 지원한다는 게 정통부의 계산이다.

"기술표준 선택의 중요한 변수중의 하나가 로열티 수준이기 때문에 협상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어낸 후 결정할 것"(정통부 석호익 정보통신지원국장)이라는 얘기다. 정통부는 특히 국내 장비업체들이 개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공동협상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