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특별기고) 김중웅 <현대경제사회연구원장>

온세계의 관심과 국민의 성원 속에 드디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된다.

1990년대의 세계적인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세계에 잔존하는 유일한 "냉전의 섬"으로서 대립과 갈등을 반복해왔다. 분단 55년사에서 처음 이뤄지는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냉전적 대립과 갈등을 종식시키고 평화 공존과 화해 협력의 시대를 여는 시발점이 될 것이며,세계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정상회담의 민족사적 세계사적 의의는 자못 큰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가능성과 조건은 과연 무엇인가. 애초의 분위기는 정상회담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한반도 정세 변화를 보면,당초의 기대치보다 한발 더 나아가도 좋을 듯하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북.중 정상회담과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등 남북한은 각기 자신의 우방과 긴밀한 상호 협력과 이해조정을 추구했다. 특히 지난 5월말 중국에서 있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중국 장쩌민 주석의 상봉에서 북한이 페리 프로세스를 수용하는 방향에서 논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 역시 통일과 같은 "근본 문제"의 해결을 성급하게 추구하기보다 우선은 페리 프로세스에 따라 평화 공존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정상회담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

예기치 않던 이러한 새로운 정세 변화는 정상회담에 임하는 남북한의 입장을 한걸음 더 근접시킴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한발 더 진전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볼 때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는 예상보다 더 실질적으로 평화 공존과 공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 같기도 하다.

한반도의 냉전 종식과 평화 정착은 미국과도 관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깊숙한 논의는 힘들겠지만 평화 공존을 핵심으로 하는 "한반도 평화 선언"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는 대북 경제지원이 될 것이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의 대북 전략은 남북 경협에 바탕한 평화 공존의 추구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경협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은 남북경제공동위원회를 가동하고 당국간 대화 창구를 상설화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상호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남북 화해 선언"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상호신뢰에 바탕한 실질적인 평화 공존과 교류 협력의 필수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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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림 ] 남북정상회담 기획특집(53~60면) 일부 기사중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일자가 13일이 아닌 12일로 잘못 명기됐기에 바로잡습니다.

정부 발표 이전에 기획특집을 사전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이오니 독자 여러분들의 깊은 이해있으시길 바랍니다.